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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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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디딤돌- 윤재환(의령예술촌장)

  • 기사입력 : 2023-05-22 19: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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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전에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시설인 해바라기쉼자리에 매월 한 차례씩 가서 그곳 생활자들에게 ‘시가 있는 세상’을 이야기하고, 그들과 함께 글쓰기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의령에서 6시에 퇴근하고 가면 7시가 되는데 늘 그곳에서 저녁식사를 챙겨주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8시부터 2시간 동안 수업을 진행하고 다시 의령 집으로 돌아오는 그런 시간이었다. 지금은 은퇴하고 또 상담사로서 바쁘게 좋은 역할을 하며 보람찬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는 박정연 님이 당시 소장으로 있을 때의 인연으로 맺어진 시간이다. 그러니까 2005년 6월부터 2015년 6월까지 그렇게 매월 한 차례씩 딱 10년을 이어온 시간이었다.

    그때 그곳 사무실에 자그마한 서각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어느 날 그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내용인즉 “걸림돌을 디딤돌로”라고 조각한 작품이었다. 그 당시에 해바라기쉼자리의 운영위원이었던 김양수 선생님의 작품이었다. 그 작품을 보고서 ‘디딤돌’이라는 시를 하나 썼다.

    ‘어제 / 길을 가다가 / 돌멩이 하나를 만났습니다 // 걸림돌이라고 / 궁시렁궁시렁 / 투정을 부리며 지나갔습니다 // 오늘 생각해 보니 / 디딤돌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를 지난 2012년 8월에 시조시인이며 아동문학가인 김복근 거제교육장이 정년퇴임을 하면서 괘관문집이라는 이름으로 〈바람을 안고 살다〉를 도서출판 경남을 통해 출간한 적이 있다. 이때 의령군 화정면 출신이고 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던 관계로 인연을 맺은 김복근 교육장께서 괘관문집을 내기 위해 축시를 하나 보내달라고 했다. 뭔 시를 낼까 고민하다가 그냥 저 ‘디딤돌’ 시를 냈다. 그리고 그렇게 책이 나왔다. 특별한 의미보다는 그냥 편안한 마음에 저 시를 냈는데 김복근 시인께서 시가 매우 좋다고 칭찬의 말을 해 주었다.

    보시다시피 시는 단순하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에서 흔히 겪는 일이다. 그런데 저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낸 시였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으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많은 일을 겪는다. 그 일들이 다 좋은 것은 아닐테다. 때로는 불필요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거치적거리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것들로 인해 고민하고 갈등하고 또 지치기도 한다. 내 삶을 불편하게 하기에 지우고 싶은 걸림돌이라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길을 가다가 만나는 모든 것이 그 순간에는 걸림돌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이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이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모든 게 다 그렇다. 그런 시간 속에서 만나는 긍정의 힘이 디딤돌이다.

    고통이 행복을 만들어 주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편안하고 달콤한 휴식을 준다. 그것을 다 겪고 나면 우리는 평소에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운 가치와 더불어 큰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걸림돌이라고 궁시렁거렸던 그 모든 것이 사실은 디딤돌이었고, 그 디딤돌로 인해 오늘날까지 잘 살아왔고, 현재도 잘 살아가고 있다. 하기야 지금도 때로는 불편한 요인들이 더러 있다. 그것이 없으면 더 좋은 시간으로 가고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 모두가 사실은 다 디딤돌이다.

    그렇다고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여전히 입에 쓴 약은 몸에 좋고, 고통은 쓰나 그 열매는 달고, 또 아픈만큼 성숙한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다. 그렇게 갖가지 고통과 시련을 겪은 사람이 진정한 성공을 이룬다. 그런 사람이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안다. 그렇게 오는 시간이 또 행복이다.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디딤돌로 여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나에게 부딪히는 모든 불편한 것들이 디딤돌이라는 것을. 그것이 진정으로 진정한 가치라는 것을. 그렇다. 오늘 만난 나의 모든 궁시렁거림의 요인들이 사실은 매우 고마운 디딤돌이었다.

    윤재환(의령예술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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