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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간 주인도 잃는다- 김태준 (마산대학교 기계자동차과 교수)

  • 기사입력 : 2023-05-15 21: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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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자동차산업은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배터리를 이용한 전기자동차로 양분화되어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화석연료인 석유를 산소와 화학반응시켜 발생한 열에너지를 이용하여 동작 유체인 공기를 가열한 후 발생하는 팽창력으로 기계적 힘을 얻게 되는 원리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배출가스는 인체나 대기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배출가스를 저감하기 위하여 고가의 후처리 장치를 부착하여 관리하고 있지만 화석연료의 태생적 한계로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은 불가피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내연기관 자동차의 대항마로 전기자동차가 부상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관련 기업들도 다양한 신차 출시는 물론 반도체 이후 새로운 먹거리로 전기자동차의 핵심 분야인 2차전지 산업 등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정부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필자는 “전기자동차가 과연 친환경적인가!”라는 원론적인 내용보다 국민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 요소인 전기자동차 화재와 관련한 내용을 짚어 보고자 한다.

    소방방재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이후 최근 3년간 내연기관 자동차 화재 건수는 1만3388건으로 전기자동차의 화재 건수 79건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동차 전체 등록 대수를 고려하더라도 내연기관 자동차의 화재 비율이 여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필자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화재 발생 건수나 비율이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운용환경과 화재 원인에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화재 원인으로는 전기적인 요인, 기계적인 요인, 화학적인 요인 순이며, 원인 미상이 1488건으로 전체 화재 건수 대비 11%가 원인 미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자동차는 2020년 이후 최근 3년간 발생한 화재 건수 79건 중에서 전기적 요인이 18건으로 22%를 차지하고 있으며,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원인 미상이 24건으로 약 30%가 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전기자동차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화재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뜻이며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진화에도 어려움이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특성 중 열폭주 현상(Thermal runaway)과 방수기능으로 현재로서는 사실상 화재진압은 불가능하며 단지 화재가 전이되는 것을 차단할 목적으로 방재 활동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운용에 있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거주 비율이 단연코 높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화재에 취약한 급속충전기 위주로 설치되어 있어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함은 물론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래 먹거리가 될 국가의 핵심 전략산업을 몇 가지 문제점 때문에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눈앞에 보이는 정량적 성과에만 연연하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은 어떨까”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우리는 과거의 사례에서 많이 봐 왔다. 꼭 큰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후속대책을 내놓는다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안전한 배터리, 안전한 자동차 개발은 기업의 역할이지만 지금처럼 밀폐된 지하공간이 아닌 지상에 별도의 충전 존을 구축해야 한다.

    전기자동차 관련 위험 인자와 인프라를 사전 발굴 분석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은 정책 입안자의 책무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누를 두 번 다시는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태준 (마산대학교 기계자동차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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