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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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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경남신문 기자들의 ‘디깅(digging) 생활’ 엿보기

취향을 파다… 깊게, 재밌게, 행복하게

  • 기사입력 : 2023-04-20 21: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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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수집이 취미 예쁜 표지 보면 행복 흐뭇함은 덤
    못말리는 ‘비주류’ 응원하는 마음 담아 굿즈 디깅 중
    낚시에 빠지니 낚시용품에도 진심 사는 게 즐거워
    귀여운 건 못 참는 최고심 열혈 팬 볼 때마다 좋아


    “디깅러들이 단지 취미에 진심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멀티 페르소나’ 시대에 ‘찐자아’를 찾으려는 열정 가득한 노력이자, 코로나 사태와 불경기 속에서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행복 전환점을 찾으려는 삶의 매진이다.” - 김난도 공저, ‘트렌드 코리아 2023’ 중. 요즘 “OO에 진심”인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취미, 취향 등 무언가에 시간과 돈, 열정을 투자하며 누구보다 깊게 몰두한다.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이 사람들을 우리는 ‘디깅러(digging+er)’라 부른다. 디깅은 ‘파다’, ‘채굴하다’를 뜻하는 ‘dig’에서 파생된 단어로 처음에는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우기 위해 음악을 찾아다니는 행동을 설명하는 데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음악을 넘어 특정 분야나 취향에 적극적으로 몰입하고,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원석을 발굴할 때까지 깊이 파고드는 행위로 확장됐다.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분야에 깊게 파고드는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디깅모멘텀’이라 칭하며 올해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이번 지면에서는 본지 기자들의 디깅 생활 이야기를 담았다.



    ◇성취감 느껴, 긍정적인 미래 그릴 수 있어

    박 기자의 방 한편에는 기자가 모은 책들이 선반에 가득 모여 있다./박준혁 기자/
    박 기자의 방 한편에는 기자가 모은 책들이 선반에 가득 모여 있다./박준혁 기자/

    박준혁 사회부 기자는 특정 작가의 책이나 표지 디자인이 예쁜 책들을 모으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김훈, 유시민 작가의 책은 무조건 구매해서 소장한다는 박 기자의 책 디깅은 지난해 초부터 적극적으로 시작됐다.

    “원래도 책을 사서 읽는 편이었지만 직장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책을 구매하고 있어요. 가계부를 살펴보니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책 구매에 41만원 정도 썼네요.”

    현재 박 기자의 방 한편은 100여 권의 책으로 빼곡하다. 방이 작아 본가에 옮겨 놓은 책까지 합치면 그가 모은 책은 500권 가까이 된다.

    알록달록한 책 표지를 바라보면 행복하고, 그런 책들로 책장이 가득 찬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성취감이 든다고 박 기자는 전했다.

    “언젠가 책에서 ‘지금 내가 소비하고 있는 것이 나의 미래다’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이렇게 생각하니 디깅이 제 삶과 미래에 영향이 클 것 같네요. 책을 사서 읽고 꾸준히 디깅한다면 긍정적인 미래가 오지 않을까요?”


    ◇내 취향에 대한 응원, 취향은 곧 나

    김 기자의 책상 위에 일러스트레이터 ‘람다람’의 캐릭터 컵, 마우스 장패드 등이 있다./김용락 기자/
    김 기자의 책상 위에 일러스트레이터 ‘람다람’의 캐릭터 컵, 마우스 장패드 등이 있다./김용락 기자/

    김용락 문화체육부 기자는 람다람(RDR, 일러스트레이터·애니메이터), 국카스텐(밴드), 밴드기린(부산 밴드), 권월(남해 음악가), 리그오브레전드 프로팀 등 다양하게 디깅 중이다.

    람다람의 경우에는 스티커, 컵, 신용카드, 마우스 장패드를 구매했다. 국카스텐의 굿즈로는 후드티, 티셔츠, 응원타월, 테이프, 스티커, 피크 등을 소장했다. 이 외에도 권월, 밴드기린의 티셔츠 등을 모았다. 가짓수만 해도 20개는 훌쩍 넘는다.

    평소 어떤 하나에 잘 빠지지 않는다는 그이지만, 한번 마음의 문을 열게 되면 격렬히 파고드는 디깅러다. “돈은 크게 생각 안해요.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얼마하는지 숫자를 보지 않아요.”

    그에게 있어 디깅 생활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디깅 대상이 더 잘되길 바라는 진심 어린 애정이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대중적이지는 않아요. 비주류도 인정받다 보면 주류가 되잖아요. 굿즈를 사는 행위는 그들의 세상이 인정받는 과정에 함께 한다는 의미로도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콘텐츠, 아티스트에 대한 응원과 지지. 이로 인해 그들도 힘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호기심도 충족되고 너무 즐거워요

    이 VJ가 그동안 수집한 낚시 집게와 로드, 릴 등 낚시 용품./이솔희 VJ/
    이 VJ가 그동안 수집한 낚시 집게와 로드, 릴 등 낚시 용품./이솔희 VJ/

    사진영상부의 이솔희 VJ는 최근 ‘낚시’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이전에도 낚시를 한 적은 있었지만 당시에는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었다. 그러다 올해 초 우연히 나갔던 낚시에서 볼락을 잡은 뒤 이른 바 ‘손맛’을 보면서 낚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그는 매일 밤 인근 바다로 나가 낚싯대를 던진다. 그런 그에게 한 지인은 “로드와 릴 종류가 많은데 다른 용품을 사면 낚시를 더 재밌게 할 수 있고 다른 고기도 잡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길로 이 VJ의 낚시용품 디깅생활이 시작됐다. “낚시를 하다보니 필요한 물품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배를 타고 갯바위도 나가려면 구명조끼와 전용 신발이 필요했죠. 그렇게 하나둘씩 부가용품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구매한 물품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이 VJ는 최근 두 달간 200만원가량을 낚시용품에 투자했다. 요즘 그에게 있어 낚시는 가장 큰 행복이기에 이런 소비는 전혀 아깝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도 이 제품을 써보면 어떨까, 저 제품을 써볼까 하는 호기심이 계속 생겨요. 또 고민 끝에 용품을 구입해서 낚시를 나가면 정말 즐겁고 행복해요. 그런 좋은 감정들에 약간 중독된 것 같아요.”


    ◇귀여운 걸 보면 기분 좋아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이 그린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한유진 기자/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이 그린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한유진 기자/

    경제부 기자인 본인은 일러스트레이터 ‘최고심’의 열혈 팬이다. 최고심이 그린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제품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물론이고, 최고심의 그림체로 그려진 카카오 캐릭터 춘식이 문구류, 컵·접시 등 식기류, 휴대폰 케이스 등 수집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당신 멋져’, ‘당신은 이 시대의 멋쟁이’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는 제품의 경우 지인들에게 선물도 많이 한다. 또 즉석 사진관 인생네컷을 방문하면 최고심 프레임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 이렇게 충성 고객이 된 이유는 단순하다. “귀여운 걸 보면, 기분이 조크든요.”

    업무 중 일생 생활 곳곳에 포진돼 있는 최고심 캐릭터 제품을 무심결에 마주치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바라보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귀여운 것들로 제 주변을 채워가고 있어요. 하루 중 잠깐이라도 마주치면서 행복을 충전하는 거죠. 그런 일상의 작은 행복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 싶어요.”

    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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