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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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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ON- 트렌드] MZ세대 사로잡은 ‘오마카세’

폼 나는 한 끼, 나만의 플렉스
스시·한우·돼지고기에 이어
커피·순대까지 ‘~카세’ 붙어

  • 기사입력 : 2023-04-07 08: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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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식음료계 트렌드는 단연 ‘오마카세(맡김차림)’다. 고물가시대에 ‘편의점도시락’이 연일 인기를 끌고 있는데 역설적이게 ‘파인다이닝’, ‘오마카세’의 영역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신기한 메뉴, 고급요리라는 인식에서 점차 SNS에 올리기 좋은 자랑과 과시의 대상으로, 최근엔 ‘분수를 모르는 소비 풍조’의 대표 아이콘으로 조롱받는 대상으로 변질돼 쓰이기도 한다.

    스시는 물론 한우, 돼지고기에 이어 심지어 커피와 디저트류도 오마카세 메뉴가 되며 소비심리를 공략하고 있다. 과히 오마카세 열풍이라 할 만하다.


    ◇오마카세란= 오마카세는 ‘남에게 모두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외식업계에서 손님이 주방장에게 메뉴 선택을 맡기고 주방장이 그때그때 엄선한 식재료로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된다.

    본래 일본의 초밥(스시) 매장 등에서 ‘셰프의 추천 메뉴’라는 뜻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현재는 양식·커피·한우 등 다양한 외식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오마카세를 제공하는 식당에서는 손님이 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온전히 맡기면 요리사는 때마다 엄선한 식재료를 사용해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한 음식을 내놓는다.

    요식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오마카세를 처음으로 선보인 곳은 바로 신라호텔(아리아케)과 조선호텔(스시조) 두 곳이다. 국내 미식가를 대상으로 두 호텔은 각각 일본 유명 스시야에서 대표 셰프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했다. 성업 중인 압구정 청담 등지의 스시야는 두 호텔에서 배출한 셰프들이 독립해 차린 가게들이다. 오마카세란 표현이 국내언론에 첫 등장한 건 2002년으로, 동아일보가 ‘일본 아오야마에 있는 노부 식당이 한국에 진출할 채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냈다. 드문드문 기사에 등장하던 이 단어는 2019년 98건, 2020년 144건, 2021년 232건, 2022년 413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스강신청’ 신조어 등장= 20대 직장인 윤수정씨는 최근 SNS에 ‘스강신청 성공’이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초밥을 뜻하는 ‘스시’와 ‘수강신청’의 합성어로, 대학교 수강신청만큼 오마카세 예약 경쟁이 치열함을 뜻하는 신조어다. 인기 있는 오마카세 식당 예약이 그만큼 빠른 클릭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끼 식사 가격이 많게는 수십만 원에 달하지만, 예약을 열자마자 마감되는 곳도 있다.

    수정씨는 “몇 차례 오마카세로 유명한 일식집에 예약을 실패했는데 드디어 이번 달에 성공했다”며 “맛있는 음식도 먹고 기념사진도 찍을 수 있어 만족이 크다. 정형화된 메뉴가 아니라 즉흥메뉴가 많아 유니크한 사진 연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인기가 지속되고 있는데, 이를 알 수 있듯 인스타그램에서 ‘오마카세’를 검색하면 61만개가 넘는 글에 해시태그가 달려있다.

    ◇인기 비결은= 원래 오마카세는 한국, 일본 모두 주로 중·장년층의 비즈니스용 음식이었는데 최근엔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높아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해외 여행을 대신할 소비 중 하나로 각광받았다. 여기에 MZ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인증 문화’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과 맞아떨어지는 메뉴라는 분석도 많다.

    고물가가 이어지지만 오마카세, 파인다이닝 등 프리미엄 레스토랑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프리미엄 레스토랑’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81.1%가 ‘향후 방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경험’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프리미엄 레스토랑 방문이 생일,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 추억을 쌓기 위한 일종의 투자라는 설명이다.

    젊은층일수록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중복응답 가능)에 20대의 88.8%, 30대의 84%가 ‘프리미엄 레스토랑 방문은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오마카세 인기 배경에는 젊은 요리사들 다수가 전략적인 이유로 주력 메뉴를 오마카세로 선택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오마카세 식당들 대부분이 테이블 좌석이 아닌 바(bar) 형태의 카운터석을 배치하는데 임대료와 인건비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음식 제조 과정을 직접 보여주면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친밀감 형성을 통해 단골을 만들기도 쉽다. 그리고 일부 오마카세 업장에서 도입한 ‘예약 보증금 제도’가 안착하면서 재고 관리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각종 ‘-카세’ 속속 등장= 오마카세의 인기를 방증하듯 최근 오마카세의 파생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카테고리와 가격대가 다양해지는 것인데 스시는 물론 한우, 돼지고기, 심지어 디저트와 커피 등을 오마카세로 선보이며 진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레스토랑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자 유통·외식업계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벨기에의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서울 강남에 디저트 오마카세 매장 ‘스테이지 바이 고디바’를 열었다. 지평막걸리로 유명한 지평주조도 전통주에 한식 오마카세를 함께 내는 ‘푼주(PUNJU)’를 운영 중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카페는 1인당 4만~7만원짜리 ‘커피 오마카세’ 메뉴를 판다. 바리스타가 커피 산지와 가공 방식 등이 다른 원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추출해 내린 커피를 제공하는 코스다. ‘서민음식’이라는 인식이 짙은 순대 역시 오마카세라는 옷을 입으면 주말 6만원대까지 가격이 훌쩍 뛴다. 이 밖에도 한번에 여러 딸기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딸기카세’, 경남의 ‘통술문화’와 결이 비슷한 이모님 재량껏 술상을 차려주는 ‘이모카세’도 인기몰이 중이다.

    음식 메뉴의 일종에서 범위를 확장해 문구 덕후들을 위한 필기구 종합 세트 ‘문구카세’,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족을 겨냥한 다용도 ‘오마카세 스티커’도 등장했다. 일종의 문화적 코드가 된 셈이다.

    ◇비판도= 오마카세는 브랜드나 간판보다는 요리사의 명성을 신뢰하고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오마카세 열풍을 두고 MZ세대 유행에 편승한 ‘돈벌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유행만 좇아 실력을 못 갖췄는데 가게를 연 사람들이 많아서다. 이들은 대부분 자기 메뉴가 아니라 잘나가는 셰프들의 메뉴나 트렌드를 따라하는 데 그친다. ‘닭 오마카세’ ‘돼지 오마카세’ 등 기존 메뉴에 오마카세만 붙여 비싸게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른 사람이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다.

    올해 한 국내 부동산 유튜버는 오마카세 열풍을 ‘허세 인플레이션’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가 SNS 등을 통해 전파되면서 젊은 층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다. 소비자학 전문가들은 “소득 수준에 따라 개인마다 소비 패턴에 차이가 있겠지만, 평소에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절약하고 어떤 때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로 특별한 경험을 산다는 점에서 가치 소비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민주 기자 jo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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