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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런 콩, 평생 처음이에요- 정혜숙(진주 집현초등학교 영양교사)

  • 기사입력 : 2023-04-05 19:3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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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은 평생 식사를 통해 기본적인 영양을 채우며 성장한다. 질환이 있어 치료 중이거나 예방을 위해 가려 먹는 사람 외에는 대부분 먹고 싶은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한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아이들도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먹게 되니 그냥 두라고도 한다. 과연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건강 수준은 어떻게 될까?

    국민의 건강 수준을 식생활 개선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국가 정책 중 하나가 학교급식이다. 학교급식은 학생의 성장 발달 단계에 따라 영양공급기준에 맞춰 식단을 구성한다. 먹고 싶은 음식들만 먹는 보통의 식사와는 차이가 있다.

    나물은 주지 마라, 생선도 싫다, 음료는 매일 달라 등등….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며칠 전 1학년 배식 도중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3월에 생일이 있는 아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팥밥과 미역국을 내놨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런 콩, 처음이라 먹기 싫다, 냄새가 난다, 밥에 콩 맛이 난다”라며 밥을 되작거렸다. 평소 잘 먹던 아이들이었는데 그날은 밥을 남기는 아이들이 대다수였다.

    만족도를 고려한다면 아이들이 싫어하는 콩, 생선, 채소는 식단에서 제외해야 하는가? 학교급식 만족도에 대해 모두가 예민하다. 학교 규모가 크면 클수록 만족도는 낮아진다. 다양한 식품으로 영양의 균형을 맞춘 식사를 제공해야 하는 학교급식의 특성과 아이들의 요구를 세심하게 반영하기 어려운 단체급식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급식 만족도 조사는 수요자의 만족도를 진단하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다. 만족도 결과를 토대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가 중요함에도 만족도 수치만으로 급식을 들여다보는 사회의 시선이 안타깝다.

    2020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도 비만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주 3회 이상 탄산음료 섭취율은 10년 전에 비해 11.2%p가 증가했다고 한다. 반면 과일·채소 섭취율은 감소하고 있어 영양 불균형을 우려하고 있다.

    학교급식에서는 아이들이 원하는 고기와 디저트만 듬뿍 주는 식사 제공은 불가능하다. 특히 성장 과정 중에 있는 원아, 초·중·고등학생들은 채소와 생선을 포함한 다양한 음식을 고루 먹을 때 건강한 신체를 가진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경남의 영양 선생님들은 소학의 ‘對案不食思得良饌(대안불식사득양찬, 밥상을 대하고 먹지 않으면 좋은 음식을 장만할 것을 생각하라)’처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잘 먹을 수 있을지 식단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참여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최근 경상남도의회에서 영양·식생활 교육 활성화 조례안이 통과되었다. 우리 아이들의 식생활 습관이 학교급식으로 다져지고 영양·식생활 교육 활성화로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혜숙(진주 집현초등학교 영양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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