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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재정준칙, 효율적 재정운영을 위한 필수적 장치- 신현열 (한국은행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4-02 20: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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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도 국가채무가 1069조원으로 증가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이하 재정적자)는 111조원에 달하여 3년째 100조원대를 기록(GDP대비 3% 내외)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온 확장적 재정운용과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충격이 맞물려 빚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9.7%로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보고 있다. 국가채무는 결국 국민이 갚아야 할 돈이다. 국민 1인당 평균 약 2100만원의 국가채무를 짊어진 꼴이니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해결해야 한다.

    건전한 국가채무비율의 기준은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문재인 정부 이전까지 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를 건전재정의 기준으로 운영해 왔다. 일본은 221%(2021년), 미국 115%, 유럽 재정위기 당시 남유럽 국가는 150~160% 정도였던 데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3% 내외인 재정적자비율도 OECD 38개국 평균(-10.4%)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므로 여타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국가재정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 시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위기대응능력이 충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재정적자 누증과 이에 따른 국가부채 증가는 조세수입을 초과하는 재정지출이 근본원인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세계 최저수준의 출생률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향후 세수 증가속도보다 복지지출 급증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속도가 훨씬 더 빠를 전망이다.

    국가재정은 재정운용의 합리화를 기하기 위해 민주주의 예산 과정에 따라 계획되고 집행된다. 그러나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는 민주주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필연적으로 적자편향(deficit bias)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 국가채무 감축은 지극히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국가채무 총량을 적정수준에서 관리하지 않는다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규칙이 필요하다. 자칫 방만한 재정운영을 초래할 수 있는 정치적 압력을 막고, 재정당국의 과도한 재량을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 정부가 국회에 제안한 재정준칙이 법제화된다면 우리나라의 재정적자비율은 3% 이내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재정적자비율을 2% 이내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이미 전 세계 105개국에서 재정준칙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 튀르키예만 재정준칙 도입 경험이 없어 사실상 우리나라가 가장 늦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2022년 연내에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해를 넘긴 현 시점에서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방만한 재정운영으로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들이 많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만성적 재정위기를 겪는 국가 외에도 영국, 이탈리아와 같은 선진국들도 재정위기를 겪은 바 있다. 재정이 방만하게 쓰이고 채무비율이 높아지면 정부의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치고 외채조달 비용을 상승시켜 상환부담을 가중시키는 과정을 통해 재정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필수적인 정책과제다. 재정준칙은 재정총량을 통제·관리하는 수치화된 재정목표를 강제함으로써 재정운영 과정에 자의적인 정치적 압력을 제한하고, 나아가 헛돈 쓰지 않는 재정집행의 효율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재정기반을 다지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신현열 (한국은행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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