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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법치와 덕치-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 기사입력 : 2023-02-21 19: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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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과 원칙’ 또는 ‘법대로’라는 말이 식상하게 들린다. 대통령이나 정치인 같은 지도층이 곧잘 인용하기도 하는데, 그 말을 듣고 과연 우리 사회가 반듯하게 정립되고, 그리하여 더 정의로운 사회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도리어 누구를 단죄할 요량으로 저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동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법치(法治)의 포괄적인 의미를 각자의 입장에 따라 자의적으로 원용하기 때문이다. 흔히 법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인치(人治)를 줄이거나 배제하겠다는 뜻을 내포하는데, 인치를 전적으로 배제한 법치는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법치는 법과 제도의 형태를 띤 공권력이고, 인치는 법을 운용하는 공권력이라고 본다면, 법이 아무리 정교할지라도 그의 실천은 정치주체에 의해 실행될 수밖에 없다. 정권이 바뀌면 법규는 그대로일지라도 국민이 체감하는 법질서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여기서 인치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공권력이라는 점에서 개인의 도덕과 양심의 영역에 내버려 두어서는 곤란하며, 인치를 덕치(德治)로 치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덕치는 통치자의 인격적 감화력으로 국민의 자발적인 복종을 유발하는 정치이다. 덕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통치자의 도덕적 정당성과 국민의 동의가 필수이다.

    덕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상적인 통치규범으로 강조되어온 덕목이다. 플라톤은 덕망을 갖춘 철인의 정치를 주장했고, 동양에서는 공자와 맹자가 군자를 덕치의 실행자로 끌어들였다. 서양은 정의(正義)를 통해서, 동양은 인의(仁義)를 통해서 윤리적 사회를 구축하고자 하였는데, 이를 구현할 정치의 요체가 덕치이다.

    오늘날은 덕치를 어떻게 펼쳐야 할까. 덕치의 출발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고, 최상의 단계는 국민이 정치를 몰라도 일상에 지장이 없는 삶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굴뚝에서 연기가 새어나오는 조짐만 보고도 화재를 막되, 그 일을 누가 했는지 몰라도 되는 정치가 최상의 덕치이다.

    박창권(전 합천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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