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04일 (토)
전체메뉴

[성산칼럼] 기본이 튼튼한 사회- 이재달(전 MBC경남 국장)

  • 기사입력 : 2023-01-25 19:24:50
  •   

  •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해가 바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관공서나 기업마다 내건 슬로건도 그렇다. 슬로건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잘해보자는 결의의 표현이다. 부족한 것을 보완하자거나 반드시 해야 할 바를 하자는 내용이다. 그런 슬로건을 보자니 꽤 오래전에 한 기관의 슬로건이 떠오른다. 그것은 “기본이 튼튼한 사회”였다. 기본이란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를 이루는 바탕을 의미한다. 바탕이 튼튼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현상이든 시설이든 한마디로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바탕을 튼튼히 하자는 것이니 당연한 말이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지난해 1월, 광주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었다. 작업 인부 6명이 숨진 이 사고는 우리 사회의 후진적인 얼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사고 원인으로 여러 사항이 지적되었지만, 무리한 타설 작업이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한다. 거푸집에 부어 넣은 콘크리트가 충분한 강도를 내고 균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적당한 조건을 유지한 채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양생기간이라고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생기간을 준수하는 것은 공사 현장에서 기본 중에도 기본이다. 그런데 이를 지키지 않아 대참사가 빚어졌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기본을 지키지 않고, 기본에 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을 지키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대부분 상식적으로 하면 된다.

    법과 질서를 준수하는 것은 한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누가 보든 말든, 손해든 아니든 법을 당연히 지켜야 한다. 그리고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헌법 위에 ‘뗏법’이라는 말이 일상화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통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의 앞날은 자명하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 프란시스 후쿠야마 교수는 한국 사회가 아직도 저신용 사회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다. 저신용 사회에서 고신용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한 일 중에 기본적인 것이 인사 예의와 약속 시간 준수다.

    오래전에 마산자유무역지역의 한 중견기업에서 인사 잘하기 운동을 전개한 적이 있다. 회사 간부들이 정문에 서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어쩌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나 할 법한 캠페인이었다. 그런데도 굳이 전사적으로 캠페인까지 전개한 이유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사가 기본인데, 이를 소홀히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우리 사회에서 인사 예의는 당시보다 나아지기는커녕 더 못한 것 같다.

    이제는 코리언 타임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 사라졌지만, 아직도 약속 시간에 1, 20분 늦어도 예사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시간을 훔친 강도라고까지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물건을 강탈한 강도 이상일 수 있다. 그 시간이 상대방에게는 또다시 오지 않을 귀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1, 2분만 늦어도 몸 둘 바를 모르거나,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사람을 본다. 이렇게 타인의 시간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매사에 믿어도 될 만하다. 지금껏 만난 사람 중에서 약속 시간을 잘 지키는 사람치고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는 행위는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인 예의다. 우리 사회는 불행히도 가슴 아픈 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때마다 원인을 찾는다고 야단법석을 떨지만, 따져보면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 대부분이다. 기본이 약한 사회는 모래 위에 쌓은 성과 같다. 새해에는 기본이 바로 서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의미를 새기며 살았으면 한다.

    이재달(전 MBC경남 국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