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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합리적 의심- 노치환(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3-01-24 18: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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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의회다운 의회’라고 자부할만한 일을 했다. 경남교육청 학생용 스마트단말기 보급 사업에 대해 ‘자체감사’를 결정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감사를 이끌어내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또 무려 1574억원이 투입된 교육감 공약사업의 미비점에 일침을 놓았다는 점에서, 이 사안의 의미는 컸다.

    행정사무감사 당시로 돌아가 보자. 단말기 29만대 중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남은 수량을 물었을 때, 교육청의 집계 수치는 매번 달랐다. 528대가 일주일 만에 4852대로 둔갑하는 식이었다. ‘사업이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의 시작이었다. 급기야 교육위 11명 의원 모두가 현장검증을 나가기에 이르렀고, 한때 분교로 쓰인 교실 몇 칸에 꾸려진 AS센터에서 확인한 것은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가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무렇게나 방치된 단말기 관리 실태였다.

    사업을 수주한 업체 대표를 증인으로 출석시키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교육청이 개발하고 있는 인공지능교육플랫폼 ‘아이톡톡’ 개발사와의 관계를 부인했으나, 업체의 서울지점 주소가 ‘아이톡톡’ 개발사와 동일하다는 증거를 들이대자 ‘보증보험 발행을 위해 주소를 옮긴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놓았다. ‘미래교육’ 운운하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사업진행의 허술함에 놀랐고, 분노가 치밀었다.

    합리적 의심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 경남교육청은 ‘데이터 셋 구축 완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더니, ‘올해 가을쯤 완료 예정’이라며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있다. ‘말을 바꾸는 저의는 무엇일까?’라는 합리적 의심의 시작이다.

    계약체결 두 달 만에 초도물량 13만대가 납품된 대만제 단말기에는 ‘아이톡톡’이라는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있고, 대만에서 웬만해선 쓰이지 않을 한글자판과 한글 운영체제가 탑재되어 있다. ‘국내 교육용으로 미리 제작한 것이 아닐까?’라는 합리적 의심의 시작이다. 오는 3월, 교육청이 내놓을 자체감사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노치환(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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