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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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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책상 앞 내 아이 머릿속은 어떨까?- 강주혜(첨단인지브레인센터 원장)

  • 기사입력 : 2023-01-19 19: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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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상 위에 책이 탑처럼 쌓여 있다. 포개진 책 사이에 광고용 책자, 공연 팸플릿, 유인물들이 들쑥날쑥 삐져나와 있다. 그 위에 갑 티슈까지 얹혀 있으니 더 아슬아슬해 보인다. 노트북과 충전 케이블은 얽혀 있고, 빈 주스 잔과 비스킷 부스러기만 남은 접시도 보인다. 책상 위에 무엇인가를 더 놓을 수는 없다. 지금 당장 사용해야 하는 물건을 놓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간단하다. 책상을 치운 후, 지금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올려놓고 사용하면 된다. 사용한 물건을 바로 정리하면, 책상은 늘 깨끗하게 유지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란 것이 있다. 기억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머릿속에 저장된 기억을 가져오거나,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능력이 아니다. 작업기억은 단기, 장기기억처럼 정보를 기억, 저장하는 능력이 아니라 정보를 처리할 때 필요한 기억 능력을 말한다. 이해, 학습, 추론과 같은 복잡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정보를 조작하고 처리하고 그 수행 과정 중에 잠시 기억을 잡고 있는 능력이다. 우린 언제 작업기억을 사용할까? 쉬운 예로 복잡한 암산을 할 때, 작업기억을 사용한다. 예전엔 암산을 곧잘 했는데, 요즘은 잘 안 된다. 왜 그럴까?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나빠져서? 머릿속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자식, 직장, 건강, 인간관계, 노후 등 온갖 걱정과 염려, 불안들이 머릿속에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책은 읽어 내는데, 줄거리가 조금만 복잡해지면 앞의 내용과 연결이 되지 않아, 계속 앞으로 돌아가 확인하게 된다.

    머릿속이 복잡하면, 작업기억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정보를 처리하기 힘들다. 정보를 처리할 동안, 누적되는 기억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자꾸 다른 생각이 끼어든다. 마치 책상 위에 물건이 많아 지금 내게 필요한 물건을 놓고 사용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내 아이의 머릿속은 어떨까? 물건이 쌓여 복잡한 책상처럼, ‘시험 불안, 숙제 걱정, 게임 생각, 친구와의 관계, 미래에 대한 고민, 강박, 엄마 잔소리’ 등이 머릿속을 채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먼저다.

    강주혜(첨단인지브레인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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