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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습관을 살짝 비틀다-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장·시인)

  • 기사입력 : 2023-01-17 19: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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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 속에서 한참을 꾸물댄다. 거실에 나오면 나를 맞이하는 건 겨울의 찬 기운이다. 난로를 켜고는 또 우물쭈물 시간을 보낸다. 퇴근해서 마당에 차를 세우고는 습관적으로 창고에 가서 고양이 사료를 한 줌 가져다 준다. 책상 앞에 앉으면, 바로 할 일을 하지 않고 곁에 있는 브러시펜이나 색연필에 손을 댔다가 쌓아둔 문학지를 펼쳤다가 한다. 모르는 사이에 생긴 습관이다.

    습관은 ‘우리 모두가 어떤 시점에는 의식적으로 결정하지만, 얼마 후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도 거의 매일 반복하는 선택’을 의미한다.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반복하다 보니, 습관이 되면 우선 편하다. 결정을 위해 따로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어느 정도의 운전 경력이 쌓이면,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가 있는 것도 습관이 갖는 힘이다. 우리가 매일 하는 행동의 40%가 습관에서 나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새해가 밝아오면 많은 새로운 습관을 만들기 위해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작심삼일이란 말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쉽지 않은 일을 쉽게 바꾸려 하다 보니 실패하는 것 같다. 습관을 바꾸려면 우선 습관에 대해서 좀 알아야 한다. 습관이 중요하다면, 시간과 노력도 좀 투자해야 되고, 관심을 갖고 바꾸는 과정을 좋아해야 한다. 너무 크게 바꾸려고 하지 말고 살짝 비틀어야 한다.

    찰스 두히그는 ‘습관의 힘’에서 습관은 ‘신호-반복 행동-보상’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4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먼저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 속에서 꾸물대듯이 반복되는 행동을 찾는 것이다. 다음은 반복 행동으로 얻는 보상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이불 속에서 꾸물대는 동안 찬 기운과 만나는 것을 잠시라도 피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반복 행동에 따른 보상이 있다. 그다음은 반복 행동을 가져오는 신호를 찾아야 한다. 6시에 울리는 알람 같은 신호 말이다. 거의 모든 습관에는 특정한 장소나 시간, 감정 상태, 주변의 다른 사람 등 신호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습관을 파악했으면, 반복 행동만 살짝 바꾸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면 된다. 6시에 알람이 울리면 이불 속에서 꾸물대는 행동을, 거실에서 하는 스트레칭으로 바꾼다. 잠시 후 추위도 사라지고, 오늘도 건강을 챙겼다는 만족감을 보상으로 얻는다. 이것을 꾸준히 반복하면 새로운 습관 하나가 생긴다. 습관을 바꾸기 위한 투자, 평생 이득이 오는 투자이다. 다만, 보상에 주의해야 한다. 보상 자체가 음주나 편식, 시간 낭비와 같이 나쁜 습관을 만드는 것이 되면 곤란하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대충 안다. 진짜 아는 것은 바꾸는 것이다.

    이응인(밀양 세종중학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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