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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치단체장의 ‘큰절 리더십’- 김차영(김해시 인재육성사업소장)

  • 기사입력 : 2023-01-10 19: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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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일 오전 김해시청 대회의실. 김해시 한 해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시무식이 열린 이곳의 공기가 묘했다. 당황한 직원들의 표정과 엎드려 있는 김해시장의 모습이 교차하며 연신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신년사를 통해 동북아 물류플랫폼, 김해공공의료원 설립 등 김해시 미래 100년 먹거리에 대한 비전을 열심히 설명하던 홍태용 시장이 갑자기 직원들을 향해 큰절을 올렸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3조912억원의 투자유치 실적과 6503명의 고용창출 달성 등의 성과를 설명하면서 묵묵히 수고해준 직원들과 애정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으신 시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공을 돌리기도 했다.

    선거철이면 머리를 숙이고 절을 하다가도 당선만 되면 눈도 제대로 마주치기 어려운 정치인들의 모습에 익숙했던 김해시 공무원들은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시장의 큰절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했다.

    제왕(?)적 권한을 가진 지방자치단체장이 갑자기 부하 직원들에게 큰절을 올렸으니 진심일까? 쇼일까? 여러 생각들이 스쳐 갔을 법하다.

    사무실로 돌아오니 모니터 옆에 붙어있는 ‘공무원 헌장’에 눈길이 갔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공무원이다’로 시작하는 헌장을 읽어 내려가니 홍 시장이 직원들에게 큰절을 한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에게 봉사한다”, “…국민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하고….” 홍 시장은 공무원 헌장 곳곳에 명시돼 있는 ‘헌신’, ‘봉사’, ‘안녕’, ‘행복’이라는 단어의 대상이 시민과 공무원 모두라는 소신인 듯했다. 그래서 솔선수범해 직원들에게 공무원 정신을 상기시키려고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물어보지 않은 이상 큰절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성장하는 기업(조직)에는 공통점이 있고 그것은 바로 소속 직원들의 행복(만족)도가 높을 수록 성장을 이어간다는 점이다. 만족도가 높을 수록 직원들이 그 조직을 위해 충성을 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공직사회에 대입하면 공무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면 더 나은 공적 서비스가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뜻이 된다.

    ‘큰절 한 번에 무슨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없었던 모습인 만큼 김해시 공직사회가 갖는 느낌은 남다를 것이다.

    물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퍼포먼스에 그치지 않고 가슴 따뜻한 진심으로 소통의 리더십을 이어나갈 때 비로소 성장하는 김해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나를 따르라’식의 제왕적 리더십보다는 먼 길을 손잡고 함께 가는 ‘동행의 리더십’, ‘큰절의 리더십’으로 시민과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면 진정 ‘꿈이 이루어지는 따뜻한 행복도시 김해’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 새해 첫 근무일이었다.

    김차영(김해시 인재육성사업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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