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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7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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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동의(同意)에 대하여- 노치환(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3-01-10 19: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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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의(同意)한다’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사상의 자유를 보장받는 현 체제에서, 자유로운 의사를 지닌 두 사람 이상이 강제성 없이 ‘의사나 의견을 같이한다’는 것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 ‘동의’를 우리는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동의’를 기반으로 한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정보 주체인 개인의 요구에 부합하게 데이터가 활용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말이다. 그러나 그 신뢰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지난해 9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한 구글과 메타에 총 1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가 돈이 되는 세상이다.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는 이용대금 대신 개인정보를 대가로 요구하고 있다. 딱 한번, 포털에 검색한 상품의 광고가 휴대전화를 켜기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 쏟아지는 것만 봐도 분명하다.

    이러한 정보통신기술 발달의 내재적 위험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라도 이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공개될지 개인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동의를 받는 방법이 비록 강제성이 뚜렷하지 않더라도, 즉 ‘반강제적이고 획일적이라면’ 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경상남도교육청이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는 교육지원 플랫폼 ‘아이톡톡’을 개발했다. 1574억원을 들여 학생 모두에게 스마트단말기도 보급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교육청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느냐’고 묻고 있다. 2022년 10월 기준 44만2463명의 아이톡톡 계정이 등록되었다. 아이톡톡 활용은 물론이거니와 제3자 정보제공에도 1명도 예외 없이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수업참여가 어렵도록 고안된 이 사업의 구조가 ‘완벽한 동의’라는 실로 경이로운 사건을 만들었다. 동의하지 않으면 수업참여가 어렵다는 경고 앞에서, 어느 학생과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유로운 의사를 기반으로, 강제성 없이, ‘의사나 의견을 같이한다’는 동의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노치환(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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