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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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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연못을 웃긴 일- 손택수

  • 기사입력 : 2022-12-15 08: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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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못물에 꽃을 뿌려

    보조개를 파다


    연못이 웃고

    내가 웃다


    연못가 바위들도 실실

    물주름에 웃다


    많은 일이 있었으나

    기억에는 없고


    못가의 벚나무 옆에

    앉아 있었던 일


    꽃가지 흔들어 연못

    겨드랑이에 간질밥을 먹인 일


    물고기들이 입을 벌리고

    올라온 일


    다사다난했던 일과 중엔 그중

    이것만이 기억에 남는다.


    ☞또 한 해가 갑니다. 올해 내가 했던 일들 중에는 어떤 일이 기억에 남는가요. 기뻤던 일과 슬펐던 일, 아팠던 일들과 보람찼던 일, 따뜻했던 일과 쓸쓸했던 일, 기억에 남았으면 했으나 기억에 없는 일과 잊었으면 했으나 기억에 남는 일….

    시인은 여기 연못가에 앉았습니다. “다사다난했던 일과 중엔 그중/ 이것만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그 일이 ‘연못을 웃긴 일’ 이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으나 기억에는 없고// 못가의 벚나무 옆에/ 앉아 있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늘 쓸모에 대해 왈가왈부하지요. 그러나 정작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쓸모 있음의 쓸모없음과 쓸모없음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올해의 저무는 해를 보며 내년에는 좀 더 마음을 열고 쓸모없음의 쓸모에 귀기울여보는 것이 어떨까요? -성선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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