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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방의회 독립은 속 빈 강정인가- 장규석(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 기사입력 : 2022-11-15 19: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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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쉬워 보이는 일도 결국 작은 세부적인 사안에서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작은 자갈에 마차가 뒤집힌다는 서양 속담과 같이 작은 일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함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떠한 일을 맡더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는 신념으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 초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부여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집행부의 조직 및 예산편성권이라는 디테일에 막혀 자칫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방자치단체 내의 내부기관으로 설정된 지방의회의 조직, 예산권이 여전히 집행부에 있어 의회 공무원의 증원은커녕 조직 개편조차도 일일이 집행부의 결정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집행부가 지방자치제 근간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망각하고 형식적 법치주의에 기댄 우월 의식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집행부는 고유 권한인 조직·예산편성권을 법령의 규정에 따라 지방의회의 조직과 예산을 편성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부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입법 취지가 기존의 집행부 권한 견제를 위해 의회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것임을 상기한다면 집행부의 논리가 얼마나 비민주적인 것인지 알 수 있다.

    필자가 재직했던 경남도의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1대 도의회는 제12대 의회가 부담 없이 자율적으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조직의 변화 없이 마무리했다.

    그런데도 현재 경남도는 도본청의 공무원 동결 기조에 따라 의회사무처에 인원 증원을 할 수 없으며 파견 인력 역시 본청의 인사적체로 인해 복귀가 어렵다고 한다. 제12대 도의회는 11대에 비해 의원 정수가 6명이 증원됐다. 따라서 전국 평균 광역의원 1인당 공무원 정수 2.5명을 적용해도 15명의 의회사무처 인력의 증원 요인이 있는데도, 집행부는 도의회가 요구한 8명 증원의 조직개편안조차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도의회가 집행부의 형식적 법 논리와 같이 조직·예산 편성에 대한 의결권이 의회에 있다면서 똑같이 각종 집행부 제출안을 모두 거부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결국 강 대 강 대치로 도민에게 크나큰 피해만 끼치게 될 것이 명백하다.

    미국 독립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이 아직도 미국 국민에게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기억되는 것은 왕이 될 수 있었음에도 대통령제 정착을 위해 2번의 임기를 마치고 명예롭게 퇴임했기 때문이다. 형식적이 아닌 실질적 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는 아름다운 전통의 초석을 만든 것을 2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기억하는 것이다. 지방의회의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는 이 시점에 경남에서도 아름다운 민주주의 전통이 시작되면 얼마나 좋을까? 내려놓을 때 비로소 높음이 보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장규석(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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