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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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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창원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이번엔 바뀔까

1979년 도시설계 그대로… 단독주택 주민 “45년간 규제 고통”
대부분 1종 전용주거지역 ‘규제 꽁꽁’
창원지역 단독주택지 13개 지구 815㏊

  • 기사입력 : 2022-11-07 20:3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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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는 현재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이 1979년에 확정된 도시설계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상헌 LH토지주택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19일 창원시정연구원의 ‘창원정책논단’을 통해 “창원시에서는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해 이를 조금씩 허용해 주는 방향으로 배후도시의 단독주택지역을 관리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창원시의 대응은 미봉책에 해당한다”며 “현황을 보다 면밀히 검토해 본격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단독주택지./경남신문DB/
    창원시 성산구 신월동 단독주택지./경남신문DB/

    ◇창원 지구단위계획 현황= 창원의 배후도시 중 단독주택지는 13개 지구, 면적은 815.2㏊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2002년 첫 창원시 지구단위계획 수립 때부터 불편과 불만을 호소해 왔다. 국토계획법 분류로 대부분 1종 전용주거지역이라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규제가 용적률 100%이다.

    창원의 대규모 단독주택지(전용주거지역)는 전국적으로도 보기 드문 것으로 조용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장점과 활력과 역동성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상존한다. 또 옛 창원시 지역의 도시계획은 미국 도시계획과 비슷하게 점적(占的)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단독주택지의 쾌적성을 유지하면서 편의성도 가져간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형적 구조에 익숙한 우리의 생활 방식과는 달라 불편이 야기되는 것이다. 다만 이런 불편으로 인해 점차 상업시설이 선형적으로 배치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노란색 부분이 대부분 저층 단독주택 지역이다
    노란색 부분이 대부분 저층 단독주택 지역이다

    대부분 1종 전용주거지역 ‘규제 꽁꽁’
    창원지역 단독주택지 13개 지구 815㏊
    건폐율 50%·용적률 100% 규제 묶여
    개발가치 없고 상업시설 입점 못해 불편
    개발 압박 커지며 불법 근린시설도 속속

    ◇주민들 “45년 2층 규제” 호소= 창원 배후도시 단독주택지 주민들은 2002년 창원시에 첫 지구단위 계획이 수립될 때부터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창원시 단독주택주거환경개선협의회(회장 윤상원, 이하 협의회)는 단독주택지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할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생 단체이다. 협의회는 창원시 배후도시 단독주택지 인구를 10만~13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성산·의창구 전체 인구의 약 30% 수준이다. 협의회는 배후도시 단독주택지는 창원시가 만들어질 당시부터 시작해 45년간 규제로 묶여 있다며 전용주거지역을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가 종 상향을 요구하는 근거로는 △수십 년 차별 해소 △주민 불편 해소 △인구 유입 통한 도시 활력 제고 등을 들고 있다.

    이들 주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규제에 묶여 저개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개발가치가 없는 단독주택지는 아파트와 비교해 지금까지 가치 상승이 미미해 이들 지역은 고령화되며 도시 균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협의회는 대규모 단독주택지를 유지하는 것이 도시 활력을 잃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또 편의시설이 입점할 수 없어 주민들은 인근에 밥 한 그릇 사먹을 식당도 없는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개발 압박이 커지며 불법 영업시설도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상황이다.

    앞선 이상헌 LH토지주택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단독주택지 내 4223동(28.5%) 건축물은 점포 또는 점포겸용 주택으로 이용 중이고 이중 실제 근린생활시설이 입지할 수 있는 건축물은 2867개로 1356개 건축물은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이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근린생활시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명서지구로 76.2%로 나타났고 다음으로는 사림지구 43%, 외동지구 39.7% 순이었다.

    창원 중심업무지구. 도시 활력 저하로 중심업무지구도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경남신문DB/
    창원 중심업무지구. 도시 활력 저하로 중심업무지구도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경남신문DB/

    ◇“창원 중심업무지구 변화도 필요”= 창원시 도시 활력 제고라는 거시적 관점에서 단독주택지 뿐만 아니라 경남도청에서 용지공원까지 이어지는 중심상업지역 내 업무지역(약 26만㎡, 이하 중심업무지구)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곳 역시 단독주택지와 마찬가지로 1979년 도시설계 당시에서 크게 바뀌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곳은 지구단위계획 상으로는 중심상업지역이지만 창원시 도시계획조례,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지침에 따라 업무지역으로 추가 분류돼 허용용도를 부여받고 있다. 허용된 시설 외에는 입지에 제한을 받는다. 창원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르면 중심업무지구에는 공동주택, 의료시설, 학교, 숙박시설 등 11개 시설의 건축을 금지하고 있다. 창원시 배후도시 지구단위계획 지침에 따르면 창원의 중심업무지구에는 일반음식점 등 근린생활시설은 업무시설의 기능을 보완하는 경우에만 한해 허용된다.

    이에 반해 인근 도시 부산은 규제가 훨씬 느슨하다. 부산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르면 중심상업지역 안에서 건축할 수 없는 건축물은 격리병원과 교정·군사시설에 국한돼 있다.

    윤상원 회장은 “서울, 부산 등 대도시와 비교해서 창원은 너무 심한 규제를 갖고 있다. 대도시들은 상업활동을 장려하는 방식의 도시계획을 추진하며 도시 활력을 유지시키고 있다”며 “중심업무지구에 관공서만 있을 게 아니라 호텔이나 다양한 상업 시설이 들어오면 유동인구가 늘며 상남동 중심상업지역도 살아난다”고 말했다.

    창원시 단독주택주거환경개선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9월 27일 창원시청 앞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단독주택주거환경개선협의회/
    창원시 단독주택주거환경개선협의회 회원들이 지난 9월 27일 창원시청 앞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단독주택주거환경개선협의회/

    ◇협의회, 기존 비판에 반박= 협의회가 주장하는 대로 종 상향이 이뤄질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요약하면 △기반 시설 부족 △난개발·고밀도 부작용 △상가 포화 등이다.

    지난달 14일 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종 상향에 따른 기존 우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기반 시설 부족은 한 차례도 시설을 확장하지 않은 도시 개선의 문제이고, 4층 수준으로 종 상향이 된다면 난개발·고밀도라고 할 수 없고 모든 단독주택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상가포화는 근시안적 지적이라고 비판했다. 다양한 창업이 이뤄질 수 있게 한다면 상가 포화가 아니라 새로운 도약이 될 수 있고 기존 상가도 유동인구 확대에 따른 상권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현재 단독주택 주민들을 상대로 탄원서를 받으며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해야”
    창원시 단독주택주거환경개선협의회
    수십년 이어온 차별·주민 불편 해소
    인구 유입 통한 도시 활력 제고 필요 주장
    창원 중심업무지구 규제 완화 지적도

    ◇종 상향, 갈등의 불쏘시개?= 종 상향은 지가상승으로 직결된다. 용적률이 높아지고 입지 규제가 일부 풀리면서 해당 부지는 그만큼 사용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토지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단독주택 주민들은 그동안의 불편이 해소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투기, 특혜 논란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전면적 종 상향은 지역 사회 전반으로 갈등이 확산되는 불쏘시개가 될 수도 있다. 종 상향에 따른 대략적인 지가 상승 규모는 월간경남 11월호에 담았다.

    이런 이유를 고려해 전면적 종 상향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해영(창원3·국민의힘) 경남도의원(건설소방위원장)은 “단독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은 규제로 인해 수 십 년간 재산권을 침해당했고 고층아파트에 가려 삶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종 상향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경우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기존의 장점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재건축 용역비나 환경개선비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원 회장은 “아파트의 막대한 가치 상승은 문제가 없고 단독주택지의 가치 상승은 문제가 된다는 논리는 오히려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지가상승과 관련해 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이를 상생으로, 창원 전체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게 설득과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많은 소통의 기회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용역 진행 중… 재정비 실행은 ‘글쎄’
    내년 5월 마무리돼도 구속력 없고 절차 복잡
    난개발·부동산 투기·도시 가치 훼손 등
    종 상향 따른 우려 커 현실화 쉽지 않아
    부작용 고려해 순차적·소규모 변화 전망

    ◇창원시 용역, 실제 변화로 이어질까= 창원시는 배후도시 지구단위재정비와 관련해 세부 내용이나 입장을 밝히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용역은 내년 5월 마무리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혀 있다. 용역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구속력이 없어 그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이다. 또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어 민선 8기에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현실화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과업지시서에도 목표년도가 2026년으로 돼 있다. 이에 재정비는 순차적이거나 소규모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유석 창원대 건축학과 교수는 “과거 두 차례 재정비는 현상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나 지금 분위기는 과거와 달리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는 시장 입장에서는 차기 선거 전략의 하나로 삼기에 좋다. 또 여러 부작용을 고려하면 시급한 곳부터 순차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 교수는 창원 전체 도시가치의 훼손 우려도 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창원은 전국에서 거의 유일하면서 비교적 쾌적한 단독주택 주거환경을 가졌고, 산업도시임에도 불편 요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런 창원의 환경을 갖춘 도시를 지금 새로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 가치를 증명해준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중심상업지역 옆에 바로 단독주택지가 있는 일부 지역은 도시계획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지만 종 상향에 따른 우려는 크다”고 덧붙였다.

    조규홍 기자 hong@knnews.co.kr

    ※자세한 내용은 7일 발간한 월간경남 11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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