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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영화 ‘아이, 로봇’은 실현될 수 있는가?- 최국진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 기사입력 : 2022-10-17 08: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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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연례행사에서 AI 로봇 ‘옵티머스(Optimus)’, 일명 테슬라봇을 발표했다. 어정쩡한 걸음걸이에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 기술 수준의 로봇을 공개하며, 2027년 이전에 2만달러, 우리 돈 2800만원 정도로 수백만 대를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마치 영화 ‘아이, 로봇’에 나오는 것처럼 누구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고, 공장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노동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필자의 전공이 로봇이며, 특히 세부 전공이 휴머노이드 로봇이라 일론 머스크의 이런 행보가 처음에는 적잖이 의아스러웠다. 그러나 며칠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일론 머스크의 숨은 의도를 조금 읽을 수가 있었다.

    필자가 남들보다 10여년 정도 늦은 만학도로 공부의 매력에 빠져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에 매진했던 2000년대에는, 이제는 개발을 중단한 일본 도요타의 ‘아시모’라는 로봇이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10년을 넘어서며 우리나라 KAIST의 ‘휴보’가 ‘아시모’의 기술 수준을 맹추격해 대등한 정도까지 올라섰고, 이후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아틀라스’라는 로봇을 개발해 현재는 ‘아시모’나 ‘휴보’보다도 월등한 보행 및 행동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아틀라스’는 일반 사람도 하기 어려운 백 텀블링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아틀라스’를 개발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회사는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현재는 우리나라 현대자동차가 인수해 앞으로의 기술 개발 수준이 기대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를 통해 민간 우주사업의 새 장을 열었고, 테슬라를 통해 전기자동차의 보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두 가지의 사업 영역으로도 아직 테슬라가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하는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새로운 사업 분야로 정한 것은 다소 의외의 결정이었고, 공개발표에서 보여준 옵티머스의 보행과 행동 능력은 앞서 열거한 3개의 로봇에 비해 현저하게 낮아 보였다. 더구나 옵티머스의 어정쩡한 걸음걸이와 불안정한 자세를 충분히 개선하면서도 2만달러 이하로 보급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은 대부분의 로봇 전공자들이 그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필자도 처음에는 같은 의구심을 가졌으나, 이전에 민간우주산업과 전기차를 시작할 때 테슬라에 대한 주변 평가를 돌이켜 보니, 이번 휴머노이드 로봇 행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누구도 민간이 우주산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 못했고, 테슬라의 전기차가 그렇게 빠르고 안정적으로 시장을 점유할지 예측하지 못했다. 그 이면에는 일론 머스크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열정이 크게 작용했으며,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많은 핵심 기술 관련 플랫폼을 공개해 수많은 사람들을 참여하게 만든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아마도 이번 일론 머스크의 ‘옵티머스’ 공개발표 목적은 이전의 우주산업이나 전기차와 같이 많은 부분을 공개해 수많은 개발자와 협업을 이루고자 하는 것과, 이를 통해 대중들의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기존에 보행과 행동 능력이 뛰어난 다른 로봇들의 하드웨어 제어 기술은 금방 따라잡을 자신감이 있는 것이고,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통해 확보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옵티머스’에 장착해 다른 로봇들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2050년 정도면 지금의 자동차 산업만큼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생산이 이루어질 것이며, 멋진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유한 것이 자랑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자주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번 일론 머스크의 ‘옵티머스’ 공개발표를 통해 조심스럽게 그 시기를 20년 정도는 앞당겨본다. 상상해보시라, 2030년 정도에 싫든 좋든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우리들의 곁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돌아다니는 세상을!

    최국진 (한국폴리텍Ⅶ대학 창원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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