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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 산책길- 조창환(재건공인중계사)

  • 기사입력 : 2022-09-15 19: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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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는 산책을 자기 인생의 구원이었다고 술회할 정도로 즐기는 예찬론자였고 수많은 동서양의 명사들이 산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다. 굳이 멀리가지 않더라도 우리동네 주위의 소담한 산책길을 소개해본다.

    가을 만산홍엽이 물들 때면 통과의례처럼 나는 길을 나선다.

    처음으로 도착하는 곳은 봄 벚꽃으로 유명한 창원 소하천 데크로드 길이다. 오래된 벚꽃나무를 호위병 삼아 걷다 보면 문화동 연애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는 옛 기억을 상기 시켜주는 추억의 다리로 1980년대 많은 연인이 이 다리를 지나다니며 사랑을 키웠다고 해 연애다리라고 하니 명칭이 정겹다. 이곳에는 전에 없던 이음 책방이 있어 잠깐 쉬면서 벤치에서 책도 볼 수 있어 금상첨화다. 발걸음을 재촉해 경남대 캠퍼스로 들어가면 2016년도 방영했던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촬영지인 메타세쿼이아 길이 나오는데 이 길로 들어서면 두 줄로 늘어선 웅장한 키의 메타세쿼이아가 장관인 고즈넉한 풍경이 좋고 올라갈 때와 내려올 때 느낌이 다른 것도 묘미라 가히 청춘드라마의 장면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길을 나오면 인공 연못인 월영지가 보이는데 조형미도 빼어나고 고운 최치원의 달사랑의 일화도 반추하며 주위에 연리지 배롱나무를 보는 것도 재미다.

    경남대 캠퍼스를 나와 위로 올라가다 보면 만날고개가 있고 입구에는 400년 수령의 보호수인 푸조나무가 반겨준다. 전설에 따르면 오랜 병마에 시달린 분이 극진한 기도 끝에 완쾌됐다는 신령한 나무라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만날고개에는 시집간 딸과 친정어머니가 그리워도 만나지 못하고 애태우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서 어느해 8월 열이렛날 행인으로부터 친정어머니의 안부를 전해들을까 싶어 올라간 딸과 그때 마침 친정어머니도 딸이 그리워 이곳을 찿아와 극적인 상봉을 해 회포를 풀었다는 애틋한 모녀지간의 만남의 전설도 내려 오는 곳이고 조형물, 그네 등이 잘 단장돼 있고 해마다 만날재 행사도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위쪽 산허리쯤에는 시설이 좋고 관리가 잘된 야외 헬스장이 있어 잠깐동안 운동도 즐긴다. 이제 만날고개를 넘어가면 내서읍 감계로 넘어가는 옛길도 있어 풍경 좋은 이 길도 걸어본다. 발길을 돌려 아래로 내려오면 곡부공씨 제실과 시조묘소(고려 공민왕의 비인 노국공주를 원나라로부터 모시고 온 분이다)가 있어 역사 공부하는 맛도 쏠쏠하다. 이 길가에는 야생화인 쑥부쟁이, 산국, 감국, 꽃향유 등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눈호사를 누리며 걸으면 노래소리가 절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예곡 안두렁 마을의 호젓한 안길을 걷고 맞은편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군락지를 보면서 이 가을들과 친구로 물아일체가 됨을 자각한다. 아 가을 너무나 좋은 계절이다. 나가서 즐기자.

    조창환(재건공인중계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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