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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학초등학교 총탄 흔적, 복원을 넘어선 복원을 바라며- 정규헌(경남도의원(창원9))

  • 기사입력 : 2022-09-14 19: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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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의 문턱인 9월이다. 그러나 오늘 필자는 봄의 문턱인 3월 이야기를 꺼내볼까 한다. 겨울보다 더 시린 봄날, 1960년 3월 15일에 대한 이야기다. 그날 마산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유혈 민주화운동인 3·15의거가 있었다. 1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했고, 12명의 열사가 총탄에 쓰러졌다.

    1990년대 초 3·15의거의 의미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 처음 시작된 후 수년이 흐른 지금, 3·15를 말할 때 우리는 무엇을 떠올리는가? 정부 수립 이후 최초의 민주화운동으로서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는 점? 그럼에도 여타의 민주화운동에 비해 저평가 됐다는 점? 진실화해위원회 창원사무소가 문을 열고 진상규명을 시작했다는 것? 그러나 피해자 배상·보상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는 요원하다는 사실? 분명 상당히 진일보했으나 여전히 아쉬운 대목들이다.

    지난달에는 뜻깊은 간담회가 있었다. 3·15의거 당시 마산시민들의 집결 장소 중 하나였던 무학초등학교의 공간적·역사적 의미를 진지하게 논의해볼 수 있는 경남교육청과 지역주민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의거 당시 전진하는 시민들을 향해 무장 경찰이 총격을 가하면서, 무학초등학교 교문 담장에는 19발의 탄흔이 남았다. 하지만 1974년 교문과 담장이 있던 부지를 마산시가 매각하면서 교문과 담장은 철거됐고, 해당 부지에는 4층 건물이 들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3·15의거기념사업회가 실제 현장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총격 담장을 복원한 것은 역사의 현장을 시민들에게 되돌리고 민주화 교육의 장으로 조성한 유의미한 일이었다.

    지난해부터는 4층 건물을 허물고 교문과 담장을 제자리에 옮겨 복원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창원시의회는 지난해 ‘3·15의거 재정립을 위한 건의안’을 채택, 무학초 총격 담장 복원 내용을 건의안에 담았고, 박종훈 경남교육감 또한 복원 사업과 관련 예산 투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간담회에서 ‘추진협의체 구성’에 대한 유관기관들과 관련 단체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소망컨대, 복원 사업이 복원 자체에 머물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학교라는 장소성에 대한 존중과 복원 이후 활용에 대한 고민이 사업 초기인 지금부터 이뤄져야 한다.

    먼저, 교문과 담장을 본래 자리에 복원하되, 총탄이 난무한 장소를 통해 어린 학생들이 통학하지 않도록 하는 복원 방식을 제안한다. 따라서 총탄 자국이 있는 교문과 담장은 본래 자리로 이격해 복원하고, 학생들이 통학하는 교문은 별도로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아울러 복원 현장을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해보자. 특히 3·15의거발원지기념관과 마산 서항에 착공 예정인 창원 민주주의 전당과 차별화된 ‘현장성’을 확보한 복원 추진이 담보 되길 희망한다. 복원을 위한 복원만이 능사는 아닐 테니 말이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숙고가 3·15의거를 기념하는 가장 ‘진일보한’ 방식일지 모른다.

    정규헌(경남도의원(창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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