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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심각한 농촌의료 공백 ‘농촌마을 주치의제’ 도입해야- 임규현(농협창녕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2-07-24 20: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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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에 사는 나에게 갑자기 병원을 가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농촌에 삶의 터전을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내 건강을 관리해줄 의료시설이나 ‘의사 선생님’을 농촌 현장에서 만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도시에서는 몸이 아프면 집 근처 병원을 찾아가면 된다. 그렇지만 농촌에는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농촌진흥청의 ‘2018 농어업인 등에 대한 복지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촌 주민이 의료기관까지 이동할 때 걸어가는 비율은 13.5%에 그쳤다. 걸어가기엔 멀고 대중교통도 불편하니 이들은 병원에 갈 때 개인 차량(52.3%)을 많이 이용했다. 이는 걷거나(42.8%)개인 차량(38.9%)을 이용하는 비율이 비슷한 도시와는 대조적인 수치다.

    농촌의료 환경 관련 지표도 악화일로에 있다. 2018년 기준 농어촌의 보건의료기관수는 7687곳으로 도시의 13%에 불과하다. 농촌에 근무하는 의사나 간호사도 전체의 10% 내외로 턱없이 부족하다. 농촌은 도시보다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 의료 수요가 더 많지만 읍 지역을 벗어나기만 해도 의원급 병원조차 찾기 어렵고, 의사들도 농촌에 오기를 꺼려한다. 이는 도농간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져 도시와 농촌간 기대 수명의 최대 격차는 7.4년이나 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농촌의료 공백이 시간이 지나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대안의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농촌마을 주치의제’다. 이 제도는 의료기관이 없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촌마을에 전문 의료인이 찾아가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마을 주치의제는 충남 청양과 태안에서 먼저 자체적으로 선보였다. 청양군은 보건의료원 공중보건의와 간호사가 의료 접근성이 낮은 10개 마을을 월 3회 이상 정기 방문해 혈압·혈당 검사와 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치매나 우울증 검사를 병행한다면 후속 진료도 받을 수 있다. 태안군도 보건의료원 소속 의료진이 매월 3회씩 취약지역을 찾아가 질병예방관리와 건강 상담을 해주고 있다. 일반의·한방의·치과의 등이 가정을 직접 방문해 주민 건강을 돌보는 방식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촌’은 구호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의료·복지·교육·교통 등의 인프라가 갖춰질 때 비로소 탄력을 받는다. 열악한 농촌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유관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농촌의료 상황을 역지사지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농촌의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모두가 관심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임규현(농협창녕교육원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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