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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년이 기록하는 우리 지역 이주 여성과 다문화가족- 윤은주(수필가·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

  • 기사입력 : 2022-07-19 2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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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가 웃는다. 카메라 앞에서 한껏 멋 부리며 포즈를 취한 채 꽃처럼 예쁘게 해처럼 밝게 웃는 그녀를 바라보는 청년의 눈길이 따뜻했다. 개별 사진 촬영이 끝나고 인터뷰를 하는 짝을 지어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 둘이 함께 웃으니 밝음이 두 배가 됐다.

    지난 토요일 아침,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지만 경남대학교 월영지에는 들뜬 목소리와 설레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청년들이 우리 지역 이주여성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업의 하나로 함께 사진 찍는 시간, 모처럼 전문 사진작가의 카메라 앞에 선 이주 여성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렘이 함께 담겨있었다. 그 모습을 보노라니 가슴에 뭉클하니 솟아나는 무엇이 있었다. 눈물이었을지 웃음이었을지 알지 못하게 나를 적신 그 뭉클함은 아마도 그녀들의 신산한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느꼈던 안타까움과 연민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마음이었으리라.

    나는 이주 여성들을 자기 삶의 용감한 개척자들이라 생각한다. 어떤 이유로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오게 됐건 그들은 국경을 넘어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다. 가난한 친정 살림에 적은 보탬이라도 되고자 했거나, 혹은 한국 남자와 운명처럼 사랑에 빠져서 그 사랑을 찾아 나섰거나 이유는 모두 다를지라도 하나같이 쉽지 않은 결정을 하고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살고 있다.

    그들은 이 땅에 와서 주인공으로 살지 못했다. 언제나 주변인으로 기웃거리고 숨죽인 채 그렇게 살았던 그들을 따뜻한 눈으로 보듬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2022년 창원시 양성평등 사업 공고를 보고 우리 지역 청년들의 눈으로 그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해 기록하는 사업을 전개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경남대학교 간호학과가 함께 힘을 모았고 ‘청년이 기록하는 우리 지역 이주 여성과 다문화 가족 이야기’라는 콘셉트를 잡았다.

    청년 대상의 사업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내심 걱정도 있었지만 다행히 많은 사람들이 지원해 주어서 안심이었다. 성평등 교육, 글쓰기 교육, 이주 여성에 대한 이해 교육 등을 거쳐 기본 소양을 쌓은 청년들에게 이주 여성들을 1:1로 연결해 주었다.

    나는 청년들에게 이주 여성의 개별성에 주목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들이 태어나 자란 그 땅의 배경, 사랑 받은 어린 시절, 성장의 아픔과 기쁨, 그리고 먼 땅으로 이주해 와서 살아낸 삶에 대해 청년들이 각 사람의 개별성에 주목하고 그려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주 여성들이 주인공이 돼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우리 사회가 사랑해 주는 만큼 그들은 성장할 것이고 머지않아 크고 든든한 꽃으로 피어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책이 완성되면 널리 읽혀 우리 사회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이주 여성들의 고단한 삶을 토닥여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윤은주(수필가·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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