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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26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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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이 시대의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방법-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 기사입력 : 2022-07-10 20: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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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상 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차마 깨우기 어려울 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더 잘해 보려고 밤을 새우다시피 노력한 학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며 얼굴을 붉히는 아이에게 괜찮다고 건강을 생각해 가며 하라고 말하면서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다.

    실제로 스트리트 댄스를 지망하는 한 학생이 나를 찾아왔다. 몸이 뒤틀리도록 아무리 연습해도 더 나아지지 않아서 방과 후에 댄스학원으로 가지 않고 며칠 동안 방황했단다. 그러자 학원과 가정에서 견디기 어려울 만큼 심한 질책을 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고 위로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연습하기 싫으면 때려치우라는 야단만 들었다고 울먹였다.

    아직도 학교나 가정에서 흔하지 않은 방향으로 진로를 정한 친구를 응원하는 박수는 미미하다. 또한 많은 부모가 소위 명문대학 진학과 ‘사’자가 붙은 직업을 갖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맨발 투혼과 같은 근성을 학습의 기본으로 믿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는 어른들이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수많은 인기 직업들이 생기고 있다. 그것을 준비하는 방식이나 기간 또한 너무도 다양하다. 이 도전에서 젊은이들이 예나 지금이나 불확실과 외로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스트리트 댄스 같은 춤은 사실 어른들에게는 생소하다. 학교 공부는 팽개치다시피 하고 그것을 배운다고 떼를 써서 학원에 보냈더니, 이제는 어렵다고 방황하는 자식이 얄미울 수도 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춤을 배우는 그 학생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그 시기의 학생들은 공부하든 다른 무엇을 하든 미래의 불안감으로 누구나 갈등하고 좌절하며 방황하기 때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한다. 무심한 계절과 인생처럼 아이들의 성장은 우리 의지와 무관하다. 어른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아이들을 밀쳐낸다면 그 아이들이 가야 할 곳은 뻔하지 않은가? 그들에게는 존중받고 싶은 그들만의 인생이 있다. 먼저 그들의 목표를 듣고, 내가 도와줄 것을 찾아 격려하도록 하자. 그것이 이 시대의 부모가 가장 먼저 배워야 할 자식을 대하는 방법이다.

    김주영(마산제일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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