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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0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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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버지 어깨의 무게-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 기사입력 : 2022-05-30 20: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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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전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 아버지께 아침마다 전화를 드린다.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용 핸드폰을 사용하고 계셔서 전화벨 소리만 듣고도 나의 전화임을 알아채신다. “우리 셋째 딸 금서! 우리 딸 목소리 들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항암 치료로 몸도 마음도 힘드실 텐데 자식들이 전화를 드리면 힘든 내색 없이 행복하고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신다. 오히려 우리를 걱정하며 다 잘 될 거라고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으신다.

    그런 아버지께 살면서 언제가 가장 힘드셨는지 여쭈어본 적이 있다. 당연히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었을 때나 암이 전이되었을 때를 얘기하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버지께서는 40년 전, 사업이 실패해 막노동으로 아내와 5남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을 때가 가장 힘드셨다고 한다. 자신에게 찾아온 장애와 병마보다 가장으로서 아내와 자식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을 더 두려워하신 것이다.

    대나무는 무너져 내리는 흙 속에서도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여리고 약한 죽순으로 싹을 틔운 후 자라서는 단단한 대나무가 된다. 내 아버지도 꼭 대나무를 닮았다. 약골로 태어나 자라는 내내 병치레를 달고 사셨지만,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를 위해 강해지셔야만 했다. 이 시대의 모든 아버지들이 그럴 것이다. 한평생 고달팠던 아버지 어깨의 짐을 이제 내려 드리고 싶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버린 채 어떤 일도 마다치 않고 사셨던 아버지께 사랑을 담아 편지를 보낸다. 아버지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있어 오늘의 제가 있습니다.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아버지란 이름으로, 남편이란 이름으로,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을 이 세상 모든 아버지께 이채 님의〈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시를 바친다.

    ‘남자보다 강한 것이 아버지라고 했던가/나 하나만을 의지하며 살아온 아내와/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 위해/나쁜 것을 나쁘다 말하지 못하고/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세상살이더라 (중략) 바위보다 무겁다 한들 내려 놓을 수도 없는/힘들다 한들 마다 할 수도 없는 짐을 진 까닭에/그래서 아버지는 울어도 눈물이 없고/눈물이 없으니 가슴으로 울 수밖에

    윤금서(작가·‘뜨신편지’ 따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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