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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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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나이 기준만 적용한 임금피크제는 위법”

퇴직 연구원, 임금소송 일부 승소
“직급·역량등급 강등된 수준으로 실적률 높은데도 기본급만 받아”

  • 기사입력 : 2022-05-26 2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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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업무 감축이나 정년 연장 등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나이만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판례로 임금피크제 적용 사업장의 제도 개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 /연합뉴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외벽 모니터의 고령자 계속 고용장려금 광고. /연합뉴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1991년 B연구원에 입사한 뒤 2014년 명예퇴직했다. 연구원은 노조와 합의를 통해 2009년 1월 만 55세 이상 직원 대상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A씨는 2011년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성과연급제는 경영 혁신과 경영 효율을 높인다는 취지로 정년 61세를 유지하면서 55세 이상 노동자 대상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식으로 도입됐다. A씨는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받았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해당 연구원에서 도입한 임금피크제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 근거로 연구원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51세 이상 55세 미만 정규직 직원들의 수주 목표 대비 실적 달성률이 55세 이상 정규직 직원들에 비해 떨어지는데, 오히려 55세 이상 직원들의 임금만 감액됐으며, 기존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정년도 그대로 유지되는 등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이번에 재판부는 정년을 유지하면서 일정 기간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 인정 여부는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실질적 임금삭감의 폭이나 기간, 대상 조치의 적정성(임금삭감에 준하는 업무량 또는 업무강도의 저감이 있었는지 등), 감액된 재원이 도입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고 판단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이에 따라 사업장별로 임금피크제 도입·시행 방법 등을 두고 노사 간 재논의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 2003년 임금피크제가 국내 최초로 도입된 이래 개별 사업장에서 도입 취지와 무관하게 무작정 연령 도래 시 임금만 삭감하는 곳이 많아 노동계로부터 지적을 받아 왔다.

    경남 노동계는 임금피크제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적절한 손실 보상을 요구하며 환영의 뜻을 보였다. 이날 대법원 판단 직후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근로 능력과 업무 숙련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나이만을 기준으로 노동력 저하를 판단하고 책임지게 한 임금피크제의 문제점을 적절히 지적한 판결을 존중한다”며 “더 이상의 임금피크제 강행과 확산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금피크제는 목적과 필요성, 처우 기준, 업무 경감 여부 등이 명확하게 제시된 상황에서 합리적 기준과 근거에 따라 시행돼야 한다”며 “일방적 강행으로 저임금 노동을 강요받았던 노동자들에게 적절한 손실 보상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김재경 기자 jk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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