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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쟁으로 주목받은 농업의 중요성- 김종우(농협중앙회 경주환경교육원 교수)

  • 기사입력 : 2022-04-27 20: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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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전쟁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세계적으로 밀과 옥수수 공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두 나라가 책임지고 생산해 내던 밀과 옥수수의 전 세계 점유율이 29%로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4월 중순까지는 심어야 수확이 가능한 밀은 탱크로 짓밟힌 땅에서 빛을 보지 못할 판이다.

    2월부터 시작된 전쟁으로 밀은 지난해 대비 41.5%, 옥수수 가격은 37.3% 상승했다. 이에 천연가스 수출 1위, 원유 수출 2위인 러시아의 공급이 줄어들자 유류 가격 인상을 부추겼고 물류비 또한 고공 행진 중이다. 밀을 두 나라로부터 수입하던 개발도상국에서는 코로나19로 경제가 휘청이던 상태에서 카운터 펀치를 맞게 된 셈이다. 화폐가치는 하락했고 식량 가격은 올랐으며 차량에 주유하기 위해 온종일 줄을 서야 한다. 스리랑카는 경제 악화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지난 12일 일시적 디폴트를 선언했다. 우리나라가 1997년에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구제 금융을 요청한 것처럼 스리랑카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 나라들은 IMF에 손을 빌리게 될 것이다. 행여 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자국민에게 줄 식량도 부족한 상황이라 식량 가격은 한동안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다.

    선진국 중 농업이 강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농업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 차원에서 강한 농업을 육성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2021년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이 발표한 식량안보지수에서 1위는 100점 만점 중 84점인 아일랜드이고 호주, 영국,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일본, 프랑스, 미국이 10위권에 올라 있다. 이에 반해 2021년 7월 UN 산하 UNCTAD(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부여 받은 우리나라는 32위, 71.6점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아직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선진국의 식량안보지수는 매헌 윤봉길 선생이 1927년 농민독본 ‘한글편’에 수록한 내용인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해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 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라고 한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식량과 유류 부족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시점에서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2020년 기준 20%가 밑도는 통계가 나왔다. 이러한 수치는 농촌인구 고령화와 농지 감소로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만약 현시점에서 우리나라가 어쩔 수 없는 전쟁을 치르게 된다면 아무리 세계군사력 순위 6위에 올라 있을지라도 식량 부족으로 인한 타격을 심하게 입을 것이다. 러시아 군인들은 유통기한이 20년이나 지난 전투 식량을 먹고 있으며 항복한 군인이 우크라이나 주민으로부터 빵과 음료를 받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에서 침략국도 배고픈 상황임을 짐작할 수 있다. 갈수록 경제 전체에서 우리 농업이 차지하는 위상이 축소되고 있지만, 식량안보, 환경보전, 사회·문화적 기능의 다원적 측면에서 농업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북한과 휴전 상황을 되새기며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종우(농협중앙회 경주환경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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