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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1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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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국민을 위해 복무하라- 임정향(영화PD)

  • 기사입력 : 2022-03-10 00: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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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에 집 근처 대형 몰의 극장을 갔다. 큰 스크린에서의 관람을 언제 했나싶다. 해야 할 여러 일과 장기화된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핑계를 댔지만 실은 디지털 기술발전과 더 신속한 비지니스의 결합으로 내 손바닥 안, ‘폰’ 하나면 국내외 영화는 물론 온갖 정보와 다양한 문화의 만남을 즉시 가능케 하는 편리성이 이유였으리라.

    어릴 적 극장에 대한 기억의 대부분은 영화를 좋아하셨던 아버지에 관한 것이다. 아버지와 극장에 가면 그 공간 자체가 주는 설렘이 좋았고 상영 후 먹을 음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아버지는 상영 후 꼭 식당을 가셨다. 어린 딸을 위해서라고 했지만 애주가답게 메뉴는 복지리, 수육, 가오리찜, 선어회 등 주로 안주류였다. 음식 접시 옆엔 큰 유리잔 속, 맑게 출렁거렸던 무학이나 두꺼비가 있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영화 속 이야기를 평론가마냥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성인이 돼서 찾아간 극장은 즐거운 설렘만의 공간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전장이었다.

    영화 일을 하면서부터는, 매번 시기마다 변화돼가는 산업생태계와 구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반 현실과 능력을 도전받았다. “영화 해서 밥 먹고 살겠나?” 고민하게 됐다. 비단 영화, 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인이라면 그 어떤 분야든 적용되는 고민이고 또 헤쳐 나가야 할 몫일 테지만, 이 분야는 더욱 절실하게 그랬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의 삶은 넓고 복잡해졌다. 이젠 개인만의 노력으로, 가족만으로, 내가 속한 사회집단에서만 현실의 문제가 온전히 다 해결되지 않는 복잡다단한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에 따라 정치, 경제, 문화, 환경 등 사회 전반이 바뀌어 간다. 남녀노소, 세대별, 삶의 가치들도 바뀌어 가고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도 바뀌는 중차대한 시점이다. 문득, 스무 번째 대통령은 큰 대(大)가 아닌 대신할 대(代)자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민인 우리가 주인이고 대통령은 일꾼이다. 국민이 삶을 걱정하고 유치한 정쟁으로 피로감을 느끼는 후진 정치 말고 국격에 맞는 품위와 민생을 탄탄하게 만들어서, 우리 좀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오랜만에 간 극장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민낯 현실 앞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난다. “일꾼이여, 부디 국민을 위해 복무하라.”

    임정향(영화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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