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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왜? 선생님들만의 잘못인가?-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2-02-15 20: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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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학생들은 개성이 강하고 영특(英特)하며 유별나다. 학생들 스스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 체험으로 지구촌의 곳곳의 색다른 문화를 접하며 자라고 있다. 부모들도 한 둘밖에 안 되는 자식들을 금이냐 옥이냐 하며 귀하게 키워 꾸중을 하면 벗나 갈 까봐 자식이 무서워 벙어리 냉가슴 앓듯 체념을 하고 키운다는 부모들도 많다.

    요즘은 선생님과 엇비슷한 우수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기초와 기본이 모자라는 학생들이 많아, 선생님들은 학력 격차 때문에 학생들 가르치기에 많은 고생을 한다. 학부모들도 한 둘밖에 안되는 자식 키우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치면서도, 코로나 때문에 대면 수업 비율이 15% 정도 밖에 안되는데 갈수록 학력이 떨어진다고 선생님들 만을 탓하고 있다. 이게 왜 선생님들만의 책임인가? 학교와 가정의 ICT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 않고 유·초학생들은 부모의 역할이 교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데 학부모들은 학력 저하의 책임을 선생님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사실은 선생님들의 본분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지만 들추기 어려운 잡다한 일이 너무 많다. 이런 판국에 교육부 무용론까지 나올 정도로 교육 정책이 일관성이 없어 선생님들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그런 어려움에도 디지털 역량을 갖춘 훌륭한 선생님들이 에듀테크를 활용해 학력 향상을 위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좀 더 빨리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대면 학습 방법과 ICT 인프라 구축에 투자했다면, 학생들 학력이 이렇게까지 뒤떨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옛날과 달리 요즘은 특출한 학생들이 많아 기상천외한 질문이나 행동들이 럭비공마냥 어디로 튈지 예상 못할 때가 많아 선생님들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체벌 금지로 사랑의 매나 눈도 부릅 못 뜨는 선생님들은 혼자 속을 삭이다가 오후에 텅빈 교실에서 고민하다 자조에 빠질 때도 있고, 마음 약한 선생님은 우울증으로 극한 상황을 맞기도 한다. 이런 선생님들의 노고와 내용은 잘 모르고 “방학이 몇 달인데 놀고먹어”, “나도 선생 하겠다” 등 온갖 쓴소리를 하면서, 많은 선생님 중 소수의 잘못을 대자보로 만들어, 선생님 모두 잘못인 양, 신문고를 남녀노소 하물며 제자들까지 마구 두드리는 세상이 됐다.

    사회 전체가 교육의 장이요,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교육자처럼 큰소리치던 사람들도 사건만 터지면 언제 봤느냐는 식으로 다 빠져나가고 책임을 회피하며, 힘과 권력없는 선생님들의 잘못으로 채찍질을 한다. 교육의 성패는 사회 구성원들이 공감하는 가운데 선생님들의 사기(士氣) 여하에 달려 있다. OECD의 선진국들은 선생님들을 최우선으로 존경하고 대우를 한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춘다’고 했듯이, 선생님들에게 원망과 책임만 미루지 말고. 격려와 칭찬만이 우리 교육을 살리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의 최선의 방법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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