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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25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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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안녕과 옥계- 김규동(사람대장간 얼렁뚱땅 대표)

  • 기사입력 : 2022-01-10 20: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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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늘 들어도 정겹다. 누가 건네도 반가운 말이다. 반갑거나 안부를 여쭙는 인사말 안녕(安寧)이다. 그런 이름의 마을이 구산면에 있다. 마을로 안내하는 안녕로는 차선도 없는 샛길이다. 안녕삼거리에서 오르막 좁은 길로 들어서면 분위기부터 벌써 다르다. 산 옆구리를 겨우 터 만든 오솔길이 수줍게 맞는다. 길 가장자리에는 40년 넘은 벚나무들이 터널을 만들며 길손을 반긴다. 구부러진 길을 안으로 따라가면 왼쪽에는 쪽빛 바다가 기다렸다는 듯 품을 내어준다. 호젓한 길은 언덕인가 하면 내리막이고 내려왔다 싶으면 다시 비탈길이다. 휘어진 길들이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부축하며 재촉한다.

    안녕마을회관 앞의 팽나무는 수령을 알 수 없을 만큼 높고 우람하다. 네 둘레 펼친 가지들은 팔각정을 덮고도 남은 그늘을 자랑하며 여유를 부린다. 포실한 마을에 옹기종기 나눠 앉은 집들을 지나면 어디서나 낚싯대를 던져도 좋을 바닷길이 이어진다. 손에 닿을 듯 진해가 눈앞에 보인다. 군사지역이라는 제한 때문에 벽을 쳤어도 불모산과 천자봉, 시루봉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고개턱을 내려서면 안녕로가 끝난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 다시 옥계로의 시작이다. 이처럼 안녕과 옥계는 같은 길로 연결되어 바닷길 구경에서는 으뜸이다. 눈부신 바다를 밀어내려 눈길을 돌려도 어느새 달려와 살갑게 꼬드긴다.

    안녕과 옥계는 어디의 풍경을 훔쳐도 이름값을 하는 곳이다. 옥계리(玉溪里)는 백령고개를 넘어 옥계삼거리에서 들어온다. 옥계는 서쪽의 산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구슬(玉)처럼 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맑은 물이 넘치고 바다를 너른 마당으로 차지한 옥계리는 안녕마을과는 지명에서 보듯 규모가 더 크고 훤히 트인 바다에 볼거리도 널렸다. 안녕마을과 다른 낯선 풍경들은 손이 아닌 눈에 담아야 한다.

    누구에게도 성큼 곁을 내주는 포근하고 곰살맞은 안녕과 옥계, 오가는 길은 좁아도 틈을 채우고 쉼을 누리는데 이만한 알짜배기가 없다. 저 멀리 실루엣으로 보이는 솔라타워와 거가대교는 덤이다. 코로나19라는 복병으로 익숙한 풍경에 지쳤다면 안녕과 옥계를 찾자. 기대·반가움·설렘·의심·호기심이 생겼다면 성공이다. 바로 그곳에 산다.

    김규동(사람대장간 얼렁뚱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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