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과거신문보기   |  
2022년 05월 25일 (수)
전체메뉴

[시가 있는 간이역] 바삭바삭 가을- 하영

  • 기사입력 : 2021-11-11 08:05:22
  •   

  • 햇볕이 바삭바삭

    바람도 바삭바삭


    낙엽도 바삭바삭

    채반 위 빨간 고추도 바삭바삭


    빨랫줄 그네 타는 내 바지도

    바 삭 바 삭


    남모르게 흘렸던

    눈물과 슬픔들도

    바삭바삭


    ☞ 햇살과 바람과 낙엽의 계절이다. 꽃은 열매로 잎은 낙엽으로 스스로 존재를 확인하고 사멸해간다. 제 몸을 산화하여 아름다운 단풍으로 떨어지니 슬퍼서 아름다운 가을이다.

    모든 시간이 무르익고 여물어 결실을 맞이하니, 햇빛은 들판의 곡식을 바삭바삭 익게 한다. 바람은 잎들을 스치며 바삭바삭 휘파람 분다. 떨어진 낙엽은 스스로 말라가며 바삭바삭 소리를 낸다. 바삭바삭, 그 소리만큼 선명한 가을의 소리는 없을 것이다. 빨간 고추는 채반 위에서 햇볕과 바람을 쐬며 바삭바삭 맛이 들어간다. 엄마가 씻어 널어놓은 내 바지는 빨랫줄에서 바~삭~바~삭 그네를 탄다.

    지난봄과 여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느라 뜨거웠던 계절이 천천히 식어간다. 우리 인생도 어쩌면 청춘을 지나 가을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낙엽이 지듯 모든 생명이 가고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작은 열매 하나를 맺기 위해 온몸을 다 버리는 시절, 남모르게 흘렸던 눈물과 그 슬픔을 간직한 모든 사람을 꼬옥 안아주고 싶은 가을이다.

    바삭바삭. 아이의 마음이 되어 빛나게 여무는 그 소리를 느껴보자. 자연이 내는 사랑스러운 가을의 소리를 마음껏 맞아보자. 11월,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길목에 서서 그대 가슴에 여물어가는 가을의 소리를 남겨보자. 바삭바삭.

    김문주(아동문학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