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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보수는 왜 스스로 대선주자 못 만드나-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 기사입력 : 2021-10-07 20: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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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최종후보를 확정하고, 국민의 힘도 8일 2차 경선을 통해 4명의 후보로 압축한다. 그런데 역대 전통보수는 스스로 대권주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대부분 과거 보수 대통령이나 후보는 외부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자산으로 대선 후보가 되었다.

    정치경력을 논할 수 없었던 건국 초기 이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군에서 주요 경력을 쌓았다. 김영삼도 보수와 대척점에서 민주화 운동을 한 이후 3당 합당을 했고 ‘탈군부 권위주의’로 보수의 권력을 연장시켰다. 대선에 2번이나 출마했던 이회창도 영입 케이스다. 이명박은 대기업에서 만든 신화였다. 박근혜조차 당시 한나라당 내 착근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막상 대통령도 박정희의 딸이라는 후광이 컸다. 역대 대통령이나 대선후보들을 보면 하나같이 보수당에서 잔뼈가 자란, 다시 말해 보수당이 스스로 키우지 않았다.

    이번도 그렇다. 작년 윤석열이 조국과 대치하면서 대선후보로 부상되기 전까지는 국민의힘 중심 정권 교체가 무망했다. 그런 분위기가 외부에서 윤석열과 최재형이 합류를 하면서 정권 교체 분위기로 바뀌었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보수정당 정치인들은 보수를 주장해왔다. 그러나 막상 보수에 대한 이론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담론이나 설명조차 잘 없다. 보수는 기존의 것을 지키는 것, 자유 우파, 또는 반공 정도로 뭉뚱그린 보수다. 보수가 무엇이며 보수의 가치나 도덕을 논하는 것은 어렵고 번거로우니 그냥 닥치고 좌파 공격으로 보여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보수는 정치인마다 모호하고, 정치인마다 공격 좌표를 찍은 좌파가 다르다 보니 보수가 규정하는 좌파의 수도 점점 늘어난다.

    큰 정부나 국가주도정책도, 복지, 지역 균형발전, 평준화, 탄소제로·탈원전도 좌파다. 사회적 책임과 연예인 기부도 좌파다. 끝도 밑도 없이 좌파다. 그러다 박정희도 좌파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대표의 서울대 강연에서 학생이 ‘그러면 국가주도 경제성장을 이끈 박정희 정부도 좌파 사회주의 정권이냐’고 되물었다. 그렇다. 보수 논리대로 하면 국토균형 개발과 고교평준화, 국가주도 경제개발을 이룬 박정희도 좌파다. 자기부정이다. 뿐만 아니다. 서양 특권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좌파다. 그러니 보수는 가치도 시대정신도 밀린다.

    논리는 꼬리를 문다. 평준화가 좌파면 국민 70%가 좌파 교육을 받은 하향평준화가 된다. 수준 낮은 ‘따라지’다. 그런데 60대 초반 이하 평준화 세대가 IT, BT, CT산업에서 한국의 세계화와 한류를 만들었다. 물론 그 이전 70년대 비평준화 세대의 산업화 역할도 있었지만, 하향평준화 소리를 들은 평준화세대 기분은 어떠할까.

    보수는 이념이 아니라 한다. 그러나 보수 정치인은 보전을 강조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는 수구화가 되었고, 상대당을 좌파 이념으로 공격하면서 교조화도 된다. 보수는 이렇게 스스로 수구교조화가 돼 거의 종교 집단의 모습을 띤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성 보수 정치인의 당내 힘은 막강하다. 그 힘은 당과 자파 결속에서 나온다. 이념과 정치적 철학이 빈약하다 보니 그냥 ‘뭉치자’다.

    스스로 대선후보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보수는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적 위기를 자초한다. 그리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대선후보를 영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영입으로 끝나지 않는다. 당의 보수노선에 신앙고백을 요구하고 선거 조직을 장악한다. 이렇게 되면 영입 대선주자는 이전의 합리성, 개혁성, 혁신성의 정치적 자산은 차츰 소멸돼 대중적 지지도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보수 정치인은 스스로 대선 주자가 되지도 못하고 영입된 대선주자도 망치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된다. 지금도.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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