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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마산방어전투 박물관’ 건립, 실현을 기대하며- 이달균(시인·경남문인협회 회장)

  • 기사입력 : 2021-09-29 20: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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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와 함안군의 경계, 낙남정맥의 허리쯤에 앉은 서북산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 노인이 오른다. 손에는 등산지팡이 대신 금속탐지기를 들었다. 이 장비는 전쟁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미국에서 직접 사 온 것이라 한다. 실제 몇 차례에 걸쳐 그와 일행들이 찾아낸 포탄들은 상당하다. 어쩌다 만난 소나무 총상을 보면서 당시를 회상한다.

    노인은 바로 마산 배신경정신과 배대균(87세) 원장이다. 그는 왜 노구를 이끌고 이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가?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주변 지인을 만날 때마다 역사의 증언자는 우리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고 늘 강조하곤 했다.

    “나는 의대를 졸업한 후 해군 의무관으로 복무하였고, 월남전에 참전하였다. 대한민국 고난과 극복의 시기를 살아온 사람으로서 역사를 바로 기록하고, 잊히기 전에 후대에 전해주어야 할 자료를 찾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그 시대를 산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사명을 다할 뿐이오” 하며 묵묵히 산을 오른다.

    그는 올해 〈마산방어전투〉라는 책을 펴내었다. ‘마산방어전투’는 낙동강 전투와 함께 6·25 전쟁의 국면을 바꾼 전투였다. 1950년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60일 동안 치른 참혹한 전투였으나 70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전투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많지 않다. 한미 동맹군 1000여명 전사, 5000여명 부상, 북한군 4000여명 전사, 포로 3000여명의 대 혈전 끝에 한미 동맹군이 승리의 기를 꽂았으며 이 승리를 기점으로 한미 동맹군이 반전의 기회를 맞게 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전투이다.

    이에 배 원장은 미 연방정부 ‘서류저장처(National Archives)’로부터 미 25사단 마산방어 전투기록물을 구했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틈틈이 돋보기를 끼고 영문 자료들을 번역하는 모습이라니. 번역이라 해서 단순히 책상에 앉아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미군들이 기록한 전투사이기에 지명들이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 행간엔 수차례 현장을 답사하고 확인하는 등의 노고들이 숨어 있다. 이 외에도 6.25전쟁 관련 번역서로 〈장진호 전투〉, 〈창녕방어전투실화〉 등이 있다.

    이제 90을 향해 가는 노(老)의사의 마지막 소망은 과거를 증언하고 미래에 물려주기 위한 〈마산방어전투 박물관〉을 건립하는 일이다. 다행히도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의 성원으로 인해 지역사회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다. 그 결과로 지난 9월 9일 〈마산방어전투기념사업회〉가 출범하였다.

    박물관 건립에 앞서 이 단체를 중심으로 마산방어전투 기념식을 비롯해 마산·함안방어전투의 사료와 유물, 유해 발굴·조사, 마산·함안방어전투사의 6·25 전사 등재, 학술세미나, 시민과 함께하는 전적지 답사, 다큐멘터리·가상현실(메타버스)·뮤지컬 제작 등을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고난의 시대를 지나온 한 증언자의 소명을 펼칠 이 마산방어전투 박물관 건립 여망에 지방자치단체의 메아리가 들려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이 박물관은 단순히 전쟁을 회고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이 녹아 있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평화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는 장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달균(시인·경남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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