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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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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남은 숙제- 김춘석(창녕군의원)

  • 기사입력 : 2021-08-25 20: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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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1953년 창녕 생이다. 6·25 막바지 폐허가 된 조국의 가난한 집 9남매 막내로 태어났다. 먹을 것이 없어서 쌀뜨물을 끓여 먹였다는데 너무 작고 몸이 약하여 금방 죽을 줄 알고 아버지께서 출생신고도 1년 6개월이나 늦게 하셨다. 그나마 아버지는 내가 첫돌을 지낸 뒤 출생신고 후 돌아가셔서 홀어머니가 9남매를 양육하셨다.

    집안 사정이 이러하니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제대로 공부시킬 능력이 안 됐고 형제들은 일찍부터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막내인 내가 자랄 때는 그나마 사정이 조금 나아져서 나는 옥야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엔 축산업에 종사했다. 창녕읍 직교리에서 한우, 돼지, 닭을 기르다가 솟값 하락과 돼지콜레라 파동을 호되게 겪었다. 결국 축산업은 접어야 했다.

    여기까지만 읽는다면 내 인생은 형편없이 볼품없고 불쌍해 보인다. 하지만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처럼 인생은 생각대로 되지 않지만 다른 한편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고난은 젊었던 나에게 큰 고민을 안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전의 기회도 주었다. 고민 끝에 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합격한 뒤에도 임용 연기원을 내고 군입대를 했고 군복무 3년 뒤에야 이방면사무소로 발령을 받았다. 이후 공무원 생활은 힘들기도 했지만 이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하게 보람되고 가치 있는 시간이었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을 온몸으로 겪어내며 살아온 시간이 지금 추억으로 남은 까닭은 멈추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가고자 했던 도전과 작은 성취들에 최선을 다했던 노력의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미래를 꿈꿀 기회도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

    요즘 나는 어떻게 우리 젊은이들이 이전의 우리처럼 꿈을 꾸도록 할 수 있을지, 우리 지역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문제가 있으면 답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지선다형의 정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자기만의 다양한 주관적 답을 만들어가다 보면 그 답들이 모여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 발 더 나아가게 만들지 않을까. 찬찬히 이 남은 숙제를 해 나갈 작정이다.

    김춘석(창녕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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