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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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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일상에 스며드는 문학- 장진화(아동문학가·이원수문학관 사무국장)

  • 기사입력 : 2021-08-23 20:3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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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해 전 봄, 대전시청 앞 사거리에 이원수 선생의 시 ‘봄시내’ 중 ‘송사리 쫓는 마알간 물에/꽃이파리 하나둘 떠내려온다./어디서 복사꽃 피었나보다’라는 구절이 대형 현수막에 걸린 적이 있었다. 대전시가 운영하는 ‘대전사랑 글마당’으로, 아름다운 글귀를 통해 오가는 시민들에게 따스한 감흥을 전해주고자 시민공모로 선정위원회를 거쳐 선정된 글귀를 계절별로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일이긴 하지만 좋은 시를 통해 시민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문학적 감성을 일깨우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는 매년 ‘지하철 시민 창작 시 공모’를 통해 뽑힌 작품을 승강장 안전문에 게시하고 있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이지만, 시민들이 좋은 시 한 편을 읽으며 지친 마음을 풀고 각박한 삶을 위로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필자도 이따금 서울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승강장 안전문에 소개된 시들을 읽어보곤 하는데, 시를 읽고 나면 덜 지루할 뿐 아니라 시 한 편이 주는 감동이 낯선 대도시의 거부감을 따뜻함으로 만들어주기도 했다. 서울의 지하철역이 한 권의 시집이 되는 것이니,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큰 시집이 아닐까.

    창원에도 일부 버스 승강장 한 면에 우리 지역 출신 시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즐겨 읽곤 하는데 아쉬운 점은 십 년이 넘었는데도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 일이긴 하지만 관심조차 없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창원수목원이 만들어지고 나서도 크게 상심한 적이 있다. 잘 꾸며져 있기는 하지만 세워진 시비들이 외국 시인이거나 낯선 작가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화란 일상에 스며들 때 그 가치가 생산 확대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절로 몸에 배는 것이다. 예술 또한 다양한 삶의 터전 속에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가족과 함께 손잡고 나선 산책길에 좋은 시 한 구절 읽을 수 있는, 공중화장실에서도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클래식보다 ‘고향의 봄’이나 ‘가고파’가 흘러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장진화(아동문학가·이원수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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