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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월 23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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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간이역] 매미 소리 - 윤진애

  • 기사입력 : 2021-06-24 08: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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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하고 싸운다고 아빠께 혼이 난 후

    자꾸만 서러워서 목청껏 울고 있는데

    매미들 울음소리에 내 울음이 묻혔다


    화가 나 있는 힘껏 소리치며 울어도

    내 목만 아파오는 무모한 싸움이다

    분하다 내가 지다니 내 몫까지 울어


    ☞개구쟁이 사내아이가 바락바락 기를 쓰며 울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대체로 이런 울음은 자신의 억울함을 고집스럽게 항변하느라 쉽게 그치지 않는다. 울게 된 사유는 굳이 잘잘못을 따지기도 애매한 사소한 것일 경우가 많다. 형제지간에는 원래 작은 욕심이나 말다툼으로 시작된 일로 눈물 바람이 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아이의 울음보다 더 견고하고 요란한 것이 바로 매미 울음소리이다. 매미야말로 생의 온 힘을 우는 데에 소진한다. 매미의 울음은 수컷이 암컷에게 구애하는 소리인데, 그 소리가 클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매미의 종류에 따라 땅속에서 십수 년을 사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매미가 땅 위에서는 열흘 남짓 살다가 간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생의 에너지를 다해 우는 매미 소리보다 강력한 울음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동시조의 화자 아이는 상황 파악이 빠르다. 처음에는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아빠와 형의 마음을 돌릴 만큼 간절하게 울기 시작하였을 게다. 그러나 곧 매미와 울음 내기를 해봤자 승산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매미에게 ‘내 몫까지 울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울기를 그친다. 현명한 선택이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매미가 이 나무 저 나무에서 생의 기운이 다할 때까지 울어댈 것이다. 우리는 매미 울음소리를 버겁게만 여기지 말고, 수년 동안 땅속에서 인내하다가 열흘 동안 울고 생을 끝내는 매미를 이해해주자. 간혹 실컷 울 일이 있으면 매미의 울음소리에 맞춰 비슷한 성량과 질감으로 울어봐도 되겠다. 매미는 제 몸이 다 마를 때까지 그 누군가가 못다 운 울음을 실컷 울어 줄 것이다.-김문주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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