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성산칼럼] 보이지 않은 것들의 힘, 그리고 공존- 강기노(마산대 입학처장 간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21-06-02 20:45:38
  •   

  • 머리 위 햇살이 따갑게 느껴지고 주변의 나무와 풀의 색은 날로 짙어져가는 6월의 초입이다. 우리 인류 그리고 대한민국이 코로나19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공포의 사투를 벌여온 지 어느덧 1년하고도 5개월이 지나고 있다. 인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낼 백신을 개발했다. 접종이 가장 빠른 미국에서는 벌써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보복 여행’으로 공항과 해변이 북적이고 있고, 우리도 안전성 우려에다 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순차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며 올 겨울이 오기 전에는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모임과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지난 1년여간 전 지구를 덮친 코로나19는 ‘언택트’, ‘웨비나’ 등 갖가지 신조어를 탄생시키고, 현 시대를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나누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기존의 사회적 체계와 생활양식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영향력은 경제 영역에서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전 세계, 특히 한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비 재무적 경영 요소로서 친환경(Evironment), 사회적 책임 경영(Social), 지배 구조 개선(Government) 등 투명하고 신뢰받는 경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ESG 경영’이 최대 화두이다. 실제로 탄소 배출권이라는 이름으로 친환경 기업에는 이익이 발생하고 CO2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게는 점차 커다란 비용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갑질, 편법 증여 등 비 윤리적 행태가 드러난 기업은 일순간에 평판이 악화되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심각한 경영난에 처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기업이 가진 생산 시설, 부동산, 재고 등 대부분 유형 자산을 중심으로 기업 가치가 매겨졌으나, 근래에는 브랜드 가치, 고객 데이터, 혁신적 조직 문화, 인재 등 무형 자산의 가치가 더욱 높이 평가받으며 주식시장이나 M&A 시장에서 깜짝 놀란 만한 가격에 거래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한편, 지난 10년 간 한국 사회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대표되는 ‘정의’ 열풍이 일었다. 현 정부 들어서도 조국 사태, LH 사태 등을 거치면서 국민들, 특히 우리 청년들은 편법, 반칙, 특권을 일삼는 일부 기성세대와 기득권에 큰 실망과 거부감을 보이면서 우리 사회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그 어느 때보다 목놓아 표출하고 있다.

    일견 우리 사회는 지금도 성형 열풍으로 대변되는 ‘외모 지상주의’와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황금 만능주의’에 젖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GDP 기준 세계 10위 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으나 경쟁 스트레스와 상대적 박탈감 속에 행복지수는 세계 50위권에 불과한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 인류와 대한민국 국민, 청년들은 보이는 않는 중요한 가치에 서서히 눈뜨고 있다. 이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의 이익만 추구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어떻게 해야 다함께 행복하고 정의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깊은 고민에서 나온 도도한 변화의 흐름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보이지 않는 무시무시한 미물과의 전투가 서서히 끝이 보인다. 그간 우리는 숨쉬기도 곤란한 마스크를 매일 쓰고, 만나고 싶은 친구, 동창, 가족과의 만남을 절제하면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다. 우리가 다함께 마스크를 쓰는 행동은 물리적으로는 비말을 차단해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는다는 원리이지만, 그 이면에는 ‘설마, 나 하나 쯤이야’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공존’을 위해 실천하는 개개인의 배려와 책임감이라는 무형의 정신이 밑 바탕에 깔려있는 것이다. 개발과 성장이 우선 시 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우리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고,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정의를 세울 것이며, 진정한 내면의 행복을 얻을 것인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혜와 공존의 정신을 살려 ‘더불어 잘 사는 세상’ 만들기에 더욱 힘쓰는 우리 대한민국이 되길 희망한다.

    강기노(마산대 입학처장 간호학과 교수)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