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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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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스팩 수거함 - 이상원 (창원시 양덕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 기사입력 : 2021-04-28 21: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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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2동 주민자치회 임원분들은 대체로 성미가 급한 편이다. 일례로 작년 가을 즈음 행정복지센터에서 아이스팩 수거함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는데, 마침 창원시에서 올해 전 읍면동에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하고 지역마다 전담 사업장을 운영할 계획이라는 공문이 온 것이 있어서 중복되는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일은 주민자치회 뜻대로 진행됐다.

    필자로서는 인력도 부족하다고 느껴왔던 터에 챙겨야 할 일까지 미리 생기는 것이었다. 게다가 온라인에 올라있는 사진처럼 수거한 아이스팩을 한곳에 모아 분류하고, 씻어다 말리고, 살균소독작업까지 모두 수작업을 거쳐서 수요처에 전달하는 장면들을 상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쨌든 작년 11월 행정복지센터 청사 한쪽에 아이스팩 수거함이 들어섰고, 통장 회의를 통해 주민들에게 이를 알렸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서둘렀던 주민자치회의 제안은 옳았다. 주민들의 호응도 꽤 괜찮은 편이고, 일 처리도 걱정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았다. 아이스팩이 많이 사용된다는 것은 일상에서도 느꼈지만 실제로 주민들이 행정복지센터에 아이스팩을 가져올까 생각도 했었는데 수거함은 시나브로 채워졌다.

    이렇게 모여진 아이스팩 재사용을 위해 그동안 진해에 있는 전담 운영사업장에 네 번이나 다녀왔다. 가져다준 아이스팩 수도 800개 가까이 된다. 무엇보다 진해에 다녀올 때마다 숙제를 해결한 것 같은 기분으로 돌아왔다. 그곳 관계자는 아이스팩을 실어 오는 필자에게 연신 고맙단다. 실은 필자가 더 고마웠다.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수거된 아이스팩의 활용방안을 고민했었는데 말이다.

    코로나19로 사용량이 늘어난 대표적인 게 아이스팩이다. 2019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된 아이스팩은 대략 2억1000만 개였는데, 2020년에는 3억개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올해는 말할 것도 없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아이스팩은 미세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처리가 쉽지 않다. 내용물이 물인 경우는 분리배출이 가능하지만, 미세 플라스틱 아이스팩은 재사용하는 것이 현재까지는 최선의 처리 방법이다. 때문에 재사용 활성화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있었다 하고 지자체에서도 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에도 주민자치회 임원 한 분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에서 모은 아이스팩을 자루 세 곳에 담아왔다. 아파트단지에도 아이스팩 수거함을 설치해달라는 요청을 들어주지 못했더니 직접 수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모은 아이스팩은 전담 사업장에 전달만 하면 재사용으로 이어진다. 나아가 이달부터는 창원시에서 마산권역 행정복지센터마다 수거함을 설치하고 전담 사업장도 운영하고 있다. 양덕2동 주민자치회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아이스팩에 관한 고민은 더 줄어들겠다.

    이상원 창원시 양덕2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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