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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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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가 저린데 왜 목·허리를 치료하나요?

[척추질환 통증 관리- 오해와 궁금증 풀이]

  • 기사입력 : 2021-03-28 21:3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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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OECD 국가 중 최저를 달리는 출산율과 맞물려 오는 2025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노인으로 구성된 초고령화 사회로 돌입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노인 인구의 상당수가 산업화 과정에서 적절한 건강 관리 없이 과도한 노동에 노출돼 퇴행성 변화로 인한 만성 통증 질환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고 전체 의료비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만성 통증 질환에 대한 의료비 지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퇴행성 질환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척추 질환과 이로 인한 만성적인 목·허리 통증, 팔·다리의 방사통이다. 척추는 수십여 년 동안 우리의 체중을 떠받쳐 온 대들보다. 세월이 지날수록 닳고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노화가 진행될수록 골대사의 변화로 뼈 자체의 강도도 점점 약화되어가고, 자세가 바르지 못한 사람들은 오랜 기간의 잘못된 체중 부하가 척추를 좀먹어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시킨다. 평균 수명의 연장이 암 유병률의 증가를 동반했듯이 100세 시대에는 척추 질환으로 인한 통증의 증가를 필연적으로 동반할 수밖에 없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민수 과장이 경추간공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창원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민수 과장이 경추간공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술을 하고 있다./창원파티마병원/

    그러나 척추질환은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병을 방치하고 악화된 뒤에야 병원을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척추 통증은 참을 만큼 참아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창원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민수 과장과 문답 형식으로 척추 질환 통증 관리에 대한 환자들의 오해와 궁금증을 풀어본다.

    문 팔·다리가 저린데 왜 목·허리를 치료하나요?

    답 이는 의료진이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 협착증으로 생긴 방사통을 치료하기 위해 경막외 스테로이드 주입술과 같은 주사 치료를 하려고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다.

    방사통이란 질환이 발생한 부분에서 나타난 통증이 주변의 다른 부위로 퍼지거나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사통을 유발하는 질환이 바로 추간판 탈출증이나 척추 협착증으로 신경이 디스크나 좁아진 척추관에 의해 눌리면 해당 신경이 지배하는 팔이나 다리가 쩌릿쩌릿한 느낌의 방사통을 유발하게 된다. 따라서 팔이나 다리가 저린 증상의 환자라도 증상을 유발하는 위치인 목이나 허리를 치료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정보가 없는 환자의 경우 방사통이 생기더라도 척추 문제를 간과해 팔, 다리에 대해서만 진료를 받아 보거나 하여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물론 혈관질환 등 척추 문제가 아니라도 유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겠지만 유병률 측면에서 봤을 때 우선적으로 척추 질환을 전문적으로 보는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치료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다.

    추간판 탈출·척추 협착증 방사통 유발
    질환 발생 부분 통증이 주변 부위 퍼져
    팔·다리 저려도 원인인 목·허리 치료

    통증, 무조건 참지 말고 치료 받아야
    급성으로 악화 땐 수술해야 하지만
    대부분 약물·주사치료로 급성기 넘겨

    문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을 해야 하지 않나요?

    답 급성으로 악화된 추간판 탈출의 경우 극심하고 기분 나쁜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성급하게 수술을 결정하게 될 수 있다. 물론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하는 케이스도 분명 존재하지만 저명한 근력 약화 소견이나 방광, 대장 기능의 이상 등 소위 ‘red flag sign’이라 불리는 절대적인 수술 적응증에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충분히 약물치료나 주사치료로 급성기를 잘 넘기고 수술 없이 잘 지낼 수 있거나, 최종적으로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그 시기를 충분히 늦출 수 있기에 환자도 이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30대의 30%, 60대의 60%가 요추 MRI상 추간판 탈출 소견을 보인다. 이들은 물리적으로 신경이 압박될지라도 별다른 증상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신경의 압박뿐 아니라 화학적인 염증의 존재도 증상의 발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늘날 통증의학과를 비롯한 여러 과에서 시행하는 경추간공 스테로이드 주입술의 경우 이러한 화학적 염증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실제로 많은 논문에서 수술의 필요성을 줄이는 효과와 그 안전성이 입증되어 점차적으로 그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치료 방법이다. 또한 물리적 압박이 너무 심해 주사치료 만으로는 효과가 없는 경우도 전신마취 없이 시행할 수 있는 신경성형술, 추간공성형술 등 여러 시술 방법들이 앞다퉈 소개되고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통증이 심하다는 이유만으로 성급히 수술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문 약이나 시술은 몸에 나쁘지 않나요? 버틸 수 있을 때까지는 그냥 버티는 건 안 되나요?

    답 척추 질환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약을 먹거나 주사치료 같은 침습적인 치료를 받는데 근거 없는 거부감을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 비단 척추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깨, 무릎, 고관절 등 다양한 부위에 만성 통증을 앓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치료를 받지 않고 통증이 점점 악화되는 것을 관망하고 인내하다가 병원을 찾아 후회를 한다.

    ‘통증’은 근본적으로 우리의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보내는 신호다. 뜨거운 물체가 손에 닿으면 반사적으로 손을 피하게 되듯이 손상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감각이다. 이러한 정상적인 신호를 받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게되면 우리의 몸은 더욱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통증에 점점 더 민감해진다. 중추성 감작, 말초성 감작 등 여러 가지 기전을 통해 작은 통증에도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신체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즉 오랜 시간의 인내가 통증에 민감한 체질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적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혹자는 신경차단술이나 진통제와 같은 증상을 완화시키는 치료가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러한 감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프지 않게 하는 치료가 중요하다. 지금도 만성 통증을 참고 견디며 일상을 지속하는 분들에게 말하고 싶다. 통증의 인내는 쓰고 그 열매는 더욱더 쓰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도움말= 창원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민수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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