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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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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가야 모습 되살린 캐릭터·동선 퍼즐처럼 착착

[오페라 ‘허왕후’ 연습 현장 가보니]
내달 8일 김해문화의전당서 공연 앞두고
40여명 단원들 캐릭터·동선 체크 ‘구슬땀’

  • 기사입력 : 2021-03-24 21: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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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여러분! 이것을 보시오. 세상 어느 나라도 없는 이것. 말갖춤을 아시오? 솜씨 좋은 장인의 말 안장! 이건 어떻구요! 유려한 곡선, 정교한 무늬! 세상 어디서 이런 토기를 만날 수 있나요?”

    지난 22일 오후 김해문화의전당 대연습실. 김해시립합창단이 오페라 허왕후 연습에 한창이다. 바다가 보이는 가락국 장터를 배경으로, 사로국(옛 신라)과 아유타국(인도 고대 왕국) 상인들이 철기구를 사고 팔기 위해 손님을 모으는 장면이다.

    “귀족들이 물건을 사러 장터에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닙니다. 상인들은 미는 듯한 시늉을 할 거예요. 아시겠죠? 둘러서 모은다는 느낌으로 가볼게요!”

    이의주 연출가가 동작의 디테일을 요구하자, 흩어져 있던 40여명 단원들의 동선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피아노 선율과 노래가 더해지면서 역동적인 가야의 모습이 살아났다.

    김해시립합창단 단원들이 지난 22일 김해문화의전당 대연습실에서 오페라 허왕후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김해시립합창단 단원들이 지난 22일 김해문화의전당 대연습실에서 오페라 허왕후 공연을 앞두고 연습을 하고 있다.

    이날 합창단원들은 캐릭터 설정과 동선 체크를 중심으로 4시간째 연습을 이어가고 있었다. 한 단원은 “코로나로 개별 연습만 해오다가 오늘 처음 단체로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혼란스러운 부분도 있는데, 하나씩 동작을 맞춰 보니 이제 조금 뭔가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김해 역사문화콘텐츠로 제작된 공연인 만큼, 김해지역 예술단도 대거 참여했다. 김해시립합창단을 비롯해 김해문화재단(GHCF)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최선희가야무용단이 출연한다. 주·조역 성악가들은 지난 12일 서울에서 집합 연습을 시작했다. 오는 29일부터는 신선섭 예술감독과 서울 공연팀이 합류해 총 리허설에 돌입한다.

    이 연출가는 “조·단역인 합창단도 각자 맡은 배역이 있다. 당시 가야국 사람이 되어 연기할 수 있도록 캐릭터 구현에 중점을 두고 연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허왕후라는 캐릭터가 이 시대에 필요한 여성상일뿐만 아니라 우리가 모범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국제 결혼이 김해로부터 시작됐다는 점도 의미 있다.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사랑을 넘어 인물이 주는 메시지가 큰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허왕후 이야기는 김숙영 대본작가가 설화 등 사료를 바탕으로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철기제조장, 파사석탑, 주물 제식장, 6가야를 상징하는 6개 기둥 등 무대 세트장부터 의상과 소품까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현했다. 작곡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김주원씨가 맡았다. 허황옥 ‘해맑은 웃음 뒤에 강인함이’, 김수로 ‘백성의 마음을 아는 왕이 되겠노라’ 등 시적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를 갖춘 대표 아리아를 들려준다.

    한편 오페라 허왕후는 내달 8일 김해문화의전당 마루홀에서 첫 무대를 선보인다. 김해문화재단은 김해에 오페라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다양한 지역 작품이 창작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로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글·사진= 주재옥 기자 jjo5480@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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