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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05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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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설레는 자리, 부담되는 자리- 허철호(문화체육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1-01-26 20: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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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배님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3주 전쯤부터 매일 오후 7시께 경남신문 편집국에는 이달 초 입사한 4명의 ‘50기 수습기자’들의 힘찬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의 퇴근 인사를 들을 때마다 설레면서도 두렵기도 했던 내 수습기자 시절 생각도 난다.

    수습기간엔 자신의 자리가 정해지지 않기 때문에 임시 배치된 부서의 빈자리나 선배 기자들의 자리에 앉아 교육 등을 받는다. 기자들도 타 부서로 발령이 나면 새 자리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수습기자들이 낯선 사람들과 환경에 적응하려면 꽤 시간이 걸린다. 신문사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인사 후 새 자리로 옮기게 된 이들도 경력과는 관계없이 새로운 자리와 일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엔 ‘공포의 8번 타자’가 있다. 애런 알테어는 올시즌을 앞두고 몸값 총액 140만달러에 재계약했는데, 지난해 몸값 100만달러보다 40% 인상된 금액이다. 지난해 큰 활약을 한 알테어는 몸값도 그에 걸맞게 올랐지만, 구단이 올시즌 그에게 바라는 것은 하위 타순이 아닌 팀의 중심 타순에서의 활약일 것이다.

    알테어는 지난해 13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482타수 134안타), 31홈런, 108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타자 알테어가 가장 빛났을 때는 팀의 중심 타순이 아닌 타순에서 존재감이 적은 8번 타자일 때였다.

    알테어는 8번 타순에서 타율 0.325(200타수 65안타), 17홈런, 52타점으로 성적이 가장 좋았고, 그다음으로 가장 많이 선 7번(107타수) 타순에서는 타율 0.262, 8홈런 28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심 타순에서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4번 타순에서는 타율 0.196(51타수 10안타), 1홈런, 7타점이었고 5번 타순에서는 타율 0.271(59타수 16안타), 2홈런, 11타점으로 8번 타순 때보다는 부진했다.

    알테어의 타순에 따른 성적 차이는 중심 타순에서의 부담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가수에게는 어느 자리, 어느 무대에서 노래하는가가 중요하다. 요즘 방송을 통해 ‘29호 가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 29호 가수는 마산 출신으로 김해에서 생활하고 있는 정홍일씨다. 정통 헤비메탈 가수인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인 JTBC의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 출연해 뛰어난 실력을 과시하며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40대 중반인 정홍일씨는 지난 1998년 창원에서 결성된 하드록밴드 ‘바크하우스’ 출신으로 다양한 표현력을 지닌 가수로 손꼽히며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그가 뛰어난 실력을 갖고 오랜 기간 가수활동을 해왔음에도 유명 가수가 되지 못한 것은 헤비메탈 장르가 대중음악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것도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도내에 많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그가 가수로서 지역 무대에서 많은 공연을 하고, 그의 실력이 지역 언론 등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면 지금보다 훨씬 전에 인기 가수가 되었을 것이다.

    자리는 어떤 이들에겐 설렘과 기대를 갖게 하고, 어떤 이들에겐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주기도 한다. 새 자리로 옮긴 사람들이 부담감을 떨쳐내고 자리를 자신에게 어울리게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숨은 재능을 가진 주인들을 빛나게 해줄 자리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라본다.

    허철호(문화체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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