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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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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칼럼] 신체 구속폐지와 ‘인간 존엄성’의 철학

  • 기사입력 : 2020-11-09 07: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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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의 손과 발을 묶는 것은 그의 인생을 묶는 것입니다.”

    신체 구속은 어떠한 경우라도 본인이 하고 싶은 행동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손과 발을 묶거나 벙어리장갑을 끼운다던지, 휠체어에 안전띠를 채우는 행위 등의 신체적 구속뿐만 아니라 “하지마세요, 안됩니다” 등의 언어적 구속, 그리고 약물을 통한 화학적 구속을 모든 포함한다.

    신체 구속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한 사람이 그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환자의 자유에 대한 권리 보장과 함께 인간존엄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또한 신체 구속은 환자의 잔존 능력마저 잃어버리게 한다. 조금씩이나마 움직이던 환자도 신체적, 인지적 기능저하로 결국은 움직일 수 없게 되며, 쉽게 폐렴 등의 질병에 노출된다. 이는 곧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된다.

    필자의 병원은 2008년부터 신체 구속을 하지 않고 있으며, 2011년 5월 19일 국내 병원 중에서는 최초로 환자의 손과 발을 묶지 않는 신체 구속폐지 선언을 주창했다. 안전사고 예방은 손과 발을 묶지 않는 관리에서 시작되며 적극적이고 진정성 있는 간호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인간의 존엄성 확립이라는 과정에서 현실적 인식을 전환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전 직원이 ‘반드시 해야 하는 당연한 일’로 인식하고 적극 임하고 있다.

    신체 구속을 없애려면, 문제 행동을 보이는 환자는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원인부터 파악하고 마음으로 이해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인지재활병동에도 신체구속을 전혀 실시하지 않고도 문제 행동을 완화시켰던 사례들이 많다.

    한 환자는 야간 배변에 대한 특정 행동을 보였다. 직원들과 시간별로 체크하여 행동을 자주 보였던 시간대를 중심으로 기저귀 케어를 실시하여 대변을 만지는 증상을 완전히 없앴다.

    또 콧줄과 소변줄을 뽑는 행동을 했던 환자는 좋아하는 물건을 대신 드리기도 하고, 무료함을 없애기 위해 산책과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오감을 자극하는 스노젤렌(Snozelen)실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또한 보호자와의 수시 면담을 통해 가족관계나 환자 성향을 파악해 치료에 접목시키면 환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신체 구속의 경험이 있는 환자들도 입원 후 신체 구속을 시행하지 않고 빠르게 회복이 되는 경우를 보면 신체 구속폐지가 옳은 일이라는 것을 더 확신하게 되고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특히 노인 치매환자는 어린아이와 같다고들 하는데, 아이가 행동조절 안한다고 묶거나 약물로 재우지 않듯 우리 부모님에게도 그런 행동이 옳은지 존엄성 회복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신체 구속의 노하우보다 신체 구속폐지의 노하우가 널리 보급되길 바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직원 간 지속적인 정보 공유와 다양한 해결방법을 연구하여 따뜻한 사랑과 관심으로 간호하는 것만이 최선이자 진정성 있는 간호라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조건영 (희연병원 인지재활병동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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