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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일선 시·군의 6급 계장에게-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부장)

  • 기사입력 : 2020-11-05 20: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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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통영시청 6급 여성 계장이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동료 공무원으로부터 들었다. 그녀는 1990년 첫 발령을 받은 고참급 계장이었다. 누구보다 성실히 일한 그녀는 동기들보다 진급도 빨랐고, 업무 능력도 인정받는 공무원이었다. 5급 사무관 승진을 충분히 바라볼 만한 시기에 30년 공직생활을 접었다.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업무 중압감에 시달리다 결국 사직을 결정했다고 한다.

    통영시에서는 지난 8월 말에도 사직서를 제출한 6급 계장이 있었다. 특수직렬인 그는 지난 인사에서 과장으로 진급하지 못했다. 동료들은 정년이 몇 년 남지 않은 그가 과장 진급에서 탈락하자 크게 상심했다고 한다. 더 이상 승진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사직을 결정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각자의 이유야 어떻든 이들은 30년 이상 근무했던 직장에서 사직을 결정하기까지 수없는 불면의 밤을 보냈을 것이다.

    흔히들 5급 사무관을 공무원의 꽃이라고 한다. 일선 시·군의 과장으로 임명되거나, 기관장인 읍·면·동장에 임용되는 자리다. 5급 사무관이 되면 자신의 행정소신이나 철학을 말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고 주변에서 보는 시선이나 예우도 6급 계장과는 천지 차이다. 통상 말단 면서기에서 시작할 경우 30여 년의 긴 여정을 거쳐야 사무관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런 사무관 고지 코앞에서 공직을 접는 그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 있을까.

    언제부턴가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가 크게 변했음을 느끼고 있다.

    창가를 등진 계장 자리가 예전엔 꽤 묵직했었는데 지금은 많이 가벼워졌다는 느낌이다. 6급 계장들의 평가를 후배 공무원들에게 맡기는 다면평가를 시행하기도 하고, 6급으로 승진하고서도 갈 자리가 없어 7급 업무를 보는 이른바 ‘무보직 6급’도 일반화됐다. 6급 계장들은 간부 공무원과 계원 사이에 낀 고충도 상당하다고 말한다. 선배 공무원의 ‘꼰대’질에 다져진 그들이지만 상당수는 후배 공무원들에겐 ‘꼰대’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

    어느 직급보다 업무 부담 또한 높은 것이 6급 계장이다. 과거에는 시·군에서 제일 많은 7급 주사보 직급을 업무 추진의 중심에 서있는 ‘허리’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6급 공무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직 속의 조정자’ 혹은, ‘중간 관리자’, ‘시정의 허리’…. 일선 시·군의 6급을 부르는 말이다. 그만큼 공직 내부에서 중요성을 따져볼 때 6급 공무원 역할이 매우 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선 시·군 6급 계장들에게 힘 내라는 응원을 전하고 싶다. 지난 20~30여 년간 쌓인 행정 경험을 경륜으로 갖고 있는 그대들이 움직여야 지역이 ‘팍팍’ 돌아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새겨주기를.

    김성호(통영거제고성 본부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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