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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주인 잃은 자리 - 허철호 (문화체육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20-09-16 21: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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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러다 우주인 옷을 입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직장 동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이야기하다 한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한 거라 그 말을 들으면서 같이 웃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도 했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달랑 마스크 하나로 코로나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니.

    길거리에서도 사무실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코로나 일상’ 속의 답답한 날들이다.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도내 문화체육 분야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경남도 자료를 보면 도내 18개 시군의 9월 문화예술행사는 총 87건이 예정됐지만, 81건이 취소되거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 뮤지컬과 연극, 연주회 등도 연기 또는 취소되거나 무관객 행사로 열리고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관중 부분입장이 허용됐던 프로야구와 축구도 다시 무관중으로 전환돼 치러지고 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라디오로 들었다. NC가 1-4로 뒤지던 경기 중반,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의 말이 귀에 들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팬들의 응원소리가 있다면 힘이 날 것 같은데요.” 이 말에 해설위원도 “관중들이 있다면 경기장이 생기가 돌 것”이라며 “경기장이 너무 조용하다”라고 아쉬워했다. 집에 와서 TV로 본 야구장의 텅 빈 관중석이 그날 따라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다. 경기는 NC가 5-7로 패했지만 홈관중들이 있었다면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스포츠에서 프로와 아마추어 대회의 가장 큰 차이는 관중이다. 프로 대회는 경기마다 수천명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지만, 아마추어 경기에는 선수 가족들과 대회 관계자들만이 찾는다.

    경기에서 선수와 관중은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관계다. 팀을 응원하는 수만 관중의 우렁찬 함성은 응원팀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상대팀 선수들에게는 주눅이 들게 만든다. 응원은 선수들에게 멋진 경기를 펼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관중들도 한마음으로 함께 응원구호를 외치고 율동을 따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연극과 콘서트 등 공연장의 경우도 관객 없는 공연은 상상하기가 어렵다.

    최근 창원의 한 극단이 예정된 연극 공연을 무관객으로 진행했다. 공연과 관련해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불가피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극단 관계자가 공연에 앞서 무대장치가 설치된 공연장 사진을 SNS에 올리며 ‘관객이 아닌 비디오카메라와 마주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고도 아프다’라고 썼다.

    무관객 공연을 한 이 극단의 연극 작품을 몇해 전 회사 동료들과 단체로 관람한 적이 있다. ‘아버지’라는 제목의 연극이었는데 공연 중에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 눈물을 참다가 옆 사람의 울음소리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 참 감동적이었다. 공연을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장 관람의 느낌을 전달하긴 어려울 것이다.

    관중이 사라진 경기장, 관객이 사라진 객석. 주인을 잃은 썰렁한 저 자리들이 언제쯤 주인들을 만날 수 있을까? 자리의 주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스크 쓰고, 손 자주 씻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밖에 없는데. 주인과 자리가 만날 날이 오래 걸리지 않으면 좋으련만.

    허철호 (문화체육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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