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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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천년을 잇는 옻칠과 나전 작품’전

장인의 손길, 잊혀지는 천년 역사를 잇다
국내 최고 경지 나전·옻칠 무형문화재 9인
통영 옻칠미술관서 칠예 작품 26점 전시

  • 기사입력 : 2020-08-19 07: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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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도해의 물빛이 깃든 그 바닷가 마을에서는 세 집 걸러 한 집은 나전칠기를 만들었다. 앞집에서는 옻나무의 수액을 뽑아 기물에 칠을 하고, 옆집에서는 바다의 조개껍데기를 다듬어 자개로 만들고, 뒷집에서는 자개를 이용해 끊음질과 줄음질로 그리고 꾸몄다. 온 마을이 긴 시간 정성을 쏟아 완성시킨 기물들은 아름다우면서도 견고했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 끼니와 자긍심을 얻었다. 나전칠기의 고장, 통영의 1940년대 풍경이었다.

    지금은 평범하게 변해버린 그 바닷가 마을에서 옛 통영 나전칠기의 명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통영옻칠미술관(관장 김성수)의 ‘천년을 잇는 옻칠과 나전 작품전’이다. 부제는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와 김성수’다.

    이번 전시는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장인들의 작품에 한 곳에 모은 이례적인 전시다.

    작고작가인 김봉룡 선생(국가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칠기1호)과 송방운 선생(국가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0호 나전장)을 필두로 이형만(국가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10호 나전장), 정수화(국가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13호 칠장), 박강용(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7호 옻칠(정제)장), 손대현(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호), 정명채(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4호 나전장) 등 국가와 지역 무형문화재 7인이 참여한다. 또 최종관(중요무형기능전승자문화재 나전칠기장 제10호 고 김태희선생 채화칠 기능전승자), 한국현대옻칠예술 선구자이자 옻칠회화 창시자인 김성수까지 총 9인의 작품 26점을 한데 모았다.

    각 분야별 최정상에 도달한 장인들의 작품 나전과 옻칠의 진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좌경, 함, 합, 반, 항아리 등을 꾸민 정교한 문양과 깊이 있는 색의 조합은 한국만의 품격과 아우라를 내뿜는다. 작가별 개성있는 나전칠기 표현과 방식, 그리고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옻칠회화 등도 볼거리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는 전시회 도록에서 “이번 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들 하나하나는 예술적인 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고려시대 옻칠나전 장인들의 혼이 현현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기술적인 완성도가 높고 아름답다”며 “한마디로 고려시대의 정신 및 기술이 천년이라는 시공간의 갭을 메우고 이 시대를 관통하며, 옻칠나전의 정통성을 지켜온 우리시대 장인들의 작품에서 고려시대의 영광이 재현되고 있음을 목도할 수 있다”고 평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최고 장인들의 혼이 깃든 나전칠기 작품을 코앞에서 만나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순도 높은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올가을이 지나기 전,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영 옻칠미술관에서 한국의 진짜 명품을 만나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길 권한다. 전시회 관람 전 전시회에 초청된 대표 나전칠기 명인들과 작품 면면을 간략히 살펴보자.

    [출고복사] 김봉룡
    김봉룡 作 ‘무궁화초문서류함’

    △김봉룡(1902~1994)(국가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0호 나전장 1호 지정)

    -통영 출신의 나전공예 거장. 20세기 세계가 극찬한 위대한 공예가로 선정됐다.

    송방웅 作 ‘목심나전끊음질좌경’
    송방웅 作 ‘목심나전끊음질좌경’

    △송방웅(1940~2020)(국가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0호 나전장)

    -통영에서 활동한 부친 송주안(1901∼1981)의 대를 이어 통영에서 활동한 나전장 끊음질 보유자다.

    [출고복사]
    이형만 作 ‘석류무늬 타원형테이블’

    △이형만(국가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0호 나전장)

    -통영 출신으로 ‘나전칠기 기술양성소’에 입학해 김봉룡 선생 밑에서 기술을 배웠다.

    정수화 作 ‘탈태나전달항아리’
    정수화 作 ‘탈태나전달항아리’

    △정수화(국가중요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13호 칠장)

    -1967년 입문해 주현호 선생, 이윤갑 선생 밑에서 기술을 익혔다. 전통 옻칠정제법을 재현하는 명장이다.

    [출고복사] 주칠 샐러드볼31.5x31.5x12cm,옻칠, 은행나무, 2018 박강용
    박강용 作 '주칠 샐러드볼'

    △박강용(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3호 옻칠장)

    -1976년부터 옻칠 길을 걸었다. 1996년 정수화 선생을 만나면서 정제 칠 분야에서 독보적인 수준을 갖췄다.

    손대현 作 ‘십장생 모란당초 함’
    손대현 作 ‘십장생 모란당초 함’

    △손대현(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호 옻칠장)

    -1960년대, 화학 칠을 이용한 카슈제품을 다루다 3년 후 전통 ‘옻칠’의 세계를 접하고 민종태 선생에게 기술을 배워 옻칠에 평생 헌신했다.

    [출고복사] 정명채 나전 모란운학문 반34x34x1.2cm,옻칠, 자개, 나무, 2010
    정명채 作 '나전 모란운학문 반'

    △정명채(서울시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 제14호 나전장)

    -전통적인 옻칠기법을 활용하고 기계를 이용한 자개썰음질방법을 개발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이 그가 만든 나전칠기를 선물로 받았다.

    [출고복사] 빙렬물, 목단분 원반, 47x80cm, 나무,옻칠,삼베,한지,토분,채화 2018
    최종관 作 ‘빙렬물, 목단분 원반’

    △최종관(국가중요무형문화재 나전칠기장 제10호, 고 김태희 선생 채화질 기능전승자)

    -국내 몇 없는 채화칠기 장인. 채화칠기는 옻칠과 천연광물성안료를 배합한 물감으로 칠기표면에 다양한 색과 문양을 그려넣는 예술이다.

    김성수 作 ‘점, 빛깔’
    김성수 作 ‘점, 빛깔’

    △김성수(한국현대옻칠예술 선구자)

    -통영 출신으로 ‘나전칠기 기술양성소’에서 기술을 익혀 평생 옻칠을 연구하고 후학을 가르쳤다. 옻칠회화를 탄생시켰으며, 2006년부터 통영옻칠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


    [출고복사] 김성수 관장
    김성수 통영옻칠미술관 관장

    /인터뷰/ 김성수 통영옻칠미술관 관장

    “전통기법 나전칠기의 아름다움·현대화 가능성 알리고파”

    국내 유일 옻칠미술관인 통영옻칠미술관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성수(85) 관장을 만났다. 김 관장은 전시가 “통영에 뿌리를 둔 지역 문화유산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하 문답.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의도는.

    2006년 옻칠미술관을 개관하고 옻칠과 나전의 확장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고, 이번 전시도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 옻칠의 역사는1000년이 넘었지만, 1960~80년대 합성옻칠(가짜 나전칠기)이 유행하면서 고유의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짜 나전칠기에 익숙해서 전통기법으로 만든 나전과 칠기를 보기 전까지 그 아름다움에 대해 잘 모른다. 이번 전시로 수준 높은 인간문화재의 작품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나전칠기의 제대로 된 아름다움을 알리고, 나전칠기의 현대화에 대한 가능성도 전하고 싶었다. 또 얼마 남지 않은 인간문화재들의 작품을 보존하고 기술을 전승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다.

    전시는 어떻게 관람하면 좋을까.

    옻칠과 나전은 여느 예술작품보다 실물로 봐야 그 광택과 빛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있는 분야다. 많은 관객들이 찾아와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가면 좋겠다. 귀한 작품 한 점을 보기 위해 해외 미술관을 찾듯 우리 고유의 나전칠기 작품을 보기 위해 옻칠미술관을 찾는 문화가 생기길 바란다.

    옻칠과 나전의 전통을 잇기 위한 우선적인 과제는 뭘까.

    경남도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창원 다호리 고분에서 기원전 2세기 것으로 추정되는 옻칠 유물이 대량 나왔고, 고려시대 합천 해인사에 옻칠을 한 경판이 있고, 조선시대 이순신 장군의 통제영 12공방의 나전칠기가 있다. 나전칠기는 경남을 중심으로 그 역사가 흘러가고 있다. 경남의 문화유산의 뿌리와 정체성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옻칠과 나전에 대한 역사적 흔적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 콘텐츠나 관광 자원으로 만들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장인을 육성해야 한다. 지금은 시나 도에서 제대로 된 전승자를 육성하는 곳이 없어 소중한 인간문화재들의 명맥이 끊길까봐 걱정이 된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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