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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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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수손상 환자의 재활] 내 맘 같지 않은 내 몸 일으켜 세우려면

척추 손상 초기엔 수술·보존적 요법으로 교정
급성기 지나면 가급적 빨리 재활치료 시작해야
욕창·외상·화상·심질환 등 합병증 관리 중요

  • 기사입력 : 2020-08-02 21: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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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갑자기 나의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누군가 내 다리를 만져도 모르고 통증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 나아가 팔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이렇게 예기치 않았던 불행이 닥치는 경우엔 어떨까?

    이는 척수손상 환자의 이야기다. 척수란 뇌의 신호를 우리 몸의 모든 부분으로 전달하고 몸에서 받는 감각을 뇌로 전달해서 느낄 수 있게 하는 아주 중요한 커다란 신경 이동 통로인데, 우리 몸을 국토라고 한다면 척수는 어마어마하게 큰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고속도로나 큰 길이 끊기면 사람이나 동물들이 지나다닐 수 없고, 필요한 물자들이 전달될 수도 없듯 우리 몸의 척수가 어떤 이유에서 끊기거나 다치면 우리 몸들이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길이 끊겨도 어떻게든 샛길을 내고 차는 못 지나다녀도 걷거나 뛰어서 이동을 하게 된다. 우리 몸의 척수도 역시 그렇다.


    ◇30~40대 남성 척수손상 비율 높아

    척수손상은 그 발생률이 미국의 통계에 따르면 100만 명당 40명 정도로 흔한 질환은 아니다. 척수손상 발생에는 척수혈관 경색, 종양 등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교통사고, 추락사고, 스포츠 손상 등의 외상이 주된 원인으로 70~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외상에 의한 손상이 많다 보니 다른 질환들에 비해 사회 경제적 활동이 많은 상대적으로 젊은 30~40대의 남성이 척수손상의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척수손상이 오면 우선 못 움직이고 못 느끼는 문제가 발생한다. 척수 손상의 정도에 따라 그 차이가 있지만 팔다리, 몸통 근육의 운동기능이 저하되고, 차갑고 뜨거운 감각, 통증, 다리가 움직이고 있는지 등을 스스로가 알기 힘들게 된다. 척수손상의 발생 초기에는 바로 응급실로 이동해 척수압박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수술이나 보존적 요법으로 교정해 척추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급성기를 지난 후에는 가급적 빠른 시기에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재활치료에는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의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재활전문팀에 의한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의 직업, 사회상황, 거주 환경 등의 복합적 상황에 대해 환자별 맞춤 재활치료가 환자의 빠른 사회 복귀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척수환자 재활 치료

    △운동치료= 앞서 언급했듯이 척수손상이 발생하면 사지마비, 혹은 하반신 마비 문제가 생기며 독립적으로 원활하게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동치료는 남아 있는 척수 기능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의 척수손상 부위나 보존된 신경기능의 정도에 따라 각기 다른 운동치료를 적용하며 관절 구축예방을 위한 관절운동부터 기능훈련으로 진행한다. 불완전 손상의 경우에는 체간 및 근위부 운동훈련부터 시작해 점차 서기, 걷기 등의 훈련을 물리치료사와 같이 진행하게 된다.

    경추부 척수나 상위 흉추부 척수를 다친 경우에는 호흡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때에는 호흡에 이용하는 근육들을 조절하고, 단련하는 운동을 통해 폐활량을 가급적 늘려주고 가래 배출 능력 등을 올려주어 호흡기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줄이고, 환자가 보다 숨쉬기 편하게 한다.

    △작업치료= 작업치료는 저하된 기능을 여러 훈련을 통해 최대한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고 환자가 능동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치료다. 척수 손상부위가 경부 척수, 흉추부 척수, 요추 상부 척수, 또는 그보다 더 상세하게 손상된 부위에 따라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몸의 기능이 달라지게 된다. 그래서 척수손상 환자의 손상 부위 및 그 정도에 따라 그에 맞는 치료의 적용이 필요하다.

    침상에서 휠체어로의 이동, 휠체어 운전 가능성, 보조구를 이용한 생활 움직임, 숟가락 사용, 컴퓨터 연습 등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게 되는 활동들을 작업치료를 통해 진행하게 된다. 상부 경추부 척수손상 환자는 삼킴기능 장애도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작업치료도 필요할 수 있다.

    ◇합병증 관리·예방 중요

    재활치료와 더불어 척수손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합병증의 관리와 예방이다.

    척수손상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은 우선, 욕창 및 외상 문제이다. 급성기 입원 환자의 4분의 1 정도는 적어도 한 번은 욕창을 경험하게 되는데, 욕창은 주로 잘 움직이지 못해 압박받는 피부의 괴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위 변화를 자주 해주고, 위생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환자의 감각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눈으로 자주 피부 상태를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통증이나 온도감각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잘 다칠 수 있으며, 화상을 입기가 쉽다.

    또한 척수손상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문제가 신경인성 방광 및 장 문제이다. 마비가 생기게 되면, 요의를 느끼지 못하거나 소변이 나오지 않는 문제들을 겪을 수 있다. 방광에 소변이 차도 소변을 볼 수 없거나 방광 자체가 예민해져 소변이 조금만 차도 새는 등의 요실금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생길 수 있는 방광의 문제가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히 방광의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먼저 파악하여 그에 맞는 약물조절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팔다리가 뻣뻣해지는 경직증상이 있으며 특히 흉추부 위쪽으로 척수를 다친 경우에는 자율신경계 문제도 발생해서 허혈성 심질환, 기립성 저혈압이나 내분비대사이상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성기능 문제, 골다공증, 이소성 골화증, 골절 문제 등 다양한 합병증 문제들이 생길 수 있어서 기능의 회복뿐만 아니라 합병증에 따른 악화를 막기 위해서도 지속적인 재활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 척수손상 환자들은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기분이 든다. 찢어진 피부를 봉합하거나 감기가 낫듯이 그렇게 치료되는 질환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복에 있어서도 한계가 분명히 있는 질환이지만 급성기 치료 후 조기에 제대로 된 재활치료를 시작한다면 그 손상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분명 삶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김진호 기자 kimjh@knnews.co.kr

    도움말= 희연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 최종경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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