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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4월 1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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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17) 제25화 부흥시대 127

“우리 보리처럼 예쁜 꽃이네”

  • 기사입력 : 2020-04-20 08: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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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쟁은 멀지 않아 끝날 것이다.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할 것이고, 그때 보리와 함께 살아도 무방할 것이다.

    “수안보에 별장을 짓고… 회장님은 강에서 낚시하시고…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보리는 외국영화에 나오는 한 장면을 꿈꾸고 있었다.

    식당은 가까웠다. 보리와 마주보고 앉아서 음식을 주문했다. 주인이 더덕술이 맛있다고 하여 그 술도 청했다. 이내 상이 나왔다. 반찬이 20여 가지나 될 정도로 푸짐했는데 산나물이 많았다.

    “반찬이 너무 맛이 있어요.”

    보리가 반찬을 이것저것 집어먹으면서 말했다. 이재영도 젓가락으로 담백해 보이는 반찬을 집어먹었다. 반찬이 정갈하면서도 깔끔했다.

    “된장국도 시원해요.”

    “올갱이 된장국이야.”

    “올갱이가 뭔데요?”

    “다슬기를 말하는 거야. 충주에 강이 있어서 이곳 특산물이기도 하지.”

    이재영은 술도 마셨다. 입안에 감도는 맛이 향긋했다. 보리도 한 모금씩 술을 마셨다.

    “음식이 다 맛이 있는데 내일 아침도 이곳에서 먹고 가자.”

    “네.

    보리가 만족하여 활짝 웃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오자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어둠은 낮은 곳에서부터 깔렸다. 집과 골목으로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으나 산 위는 황금빛으로 밝았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수안보에 봄이 왔다.

    여관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수안보도 이향(異鄕)이다. 아주 낯설지는 않았으나 약간은 낯선 풍경에 여수가 느껴졌다.

    이재영은 보리의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다. 수안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을을 둘러싸고 냇물이 졸졸대며 흐르고 있었다.

    산은 높고 골은 깊었다. 냇물은 수량이 풍부했다.

    “꽃이 활짝 피었어요.”

    보리가 환성을 질렀다. 조금 걷자 냇둑을 따라 벚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전쟁 중이라 그런지 상춘객이 없었다. 어둠도 점점 짙어져 왔다.

    “우리 보리처럼 예쁜 꽃이네.”

    이재영이 보리의 손을 꼭 쥐었다.

    “아유 우리 회장님, 아부도 하시네.”

    보리가 깔깔대고 웃었다. 술기운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봄에 취한 것일까. 보리도 들떠 있었다.

    “핫핫! 내가 아부하는 거야?”

    보리가 벚나무에 등을 기댔다.

    보리의 어깨 위로 하얀 꽃잎이 하늘거리고 떨어졌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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