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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예전엔 미처 몰랐네-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20-03-23 20: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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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며 심리학자인 프랑수아 를로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꾸뻬씨의 행복여행’에 나오는 말이다. 이 중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곳에서 춤추고,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곳에서 노래하는 것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남과 비교하지 않는 데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외부와 단절된 것은 같지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는 행복한 혼자만의 공간과 병의 전염을 막기 위한 격리라는 불안한 공간이 머릿속에서 엇갈린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주변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일상이 크게 바뀌었다. 내 직장인 신문사만 해도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사옥 폐쇄와 임시휴간을 막아야 한다’는 제목의 안내문을 붙인 후, 건물 현관에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의 건물 내 출입을 막았다. 거기에 구내식당에도 마주 보며 식사하지 못하도록 좌석을 재배치하고 떨어져 앉게 했다. 식사 중에도 가급적 말을 하지 않도록 했다.

    사무실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건물 옥상을 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기침이 나오면 괜히 주변의 눈치를 살폈다. 사람들이 기자들과의 만남을 꺼려 취재에 애를 먹는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런 중에 회사 동료의 가족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동료도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 격리기간 동료 가족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각방에 머물며 식사도 따로 하고 대화는 스마트폰으로 했단다. 그후 감염진단 결과 동료도 가족도 음성으로 나왔지만,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 나도 불안했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도 일상화됐다. 말하거나 기침할 때 침방울이 튀는 거리인 2m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적정거리가 됐다.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축제가 취소되고 학교도 휴교를 하고 5일장도 문을 닫았다. 내 어머니가 자주 가시는 경로당도 문을 닫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같이 식사도 했던 어르신들이 하루 종일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나도 이 기간 친구의 장인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계좌로 조의금을 보냈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사람과도 악수 대신 손짓과 눈인사만 했다.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고, 보고 싶은 친구도 만나지 못하고. 이동이 차단된 세상,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출근 때마다 동네 마트 주변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사람들을 목격했다. 이런 중에 마스크를 살 돈이 없던 한 할머니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남편의 약을 받기 위해 병원에 들어가려다 병원 직원에게 제지당한 얘기도 들었다. 이 광경을 본 한 아주머니가 여분으로 가지고 있던 마스크를 줘 상황은 해결됐지만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려운 노인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웠다. 사회적으로 약한 사람들이 이런 위기상황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경남말로 ‘엉글징(몸서리) 나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예전엔 미처 몰랐던 일상의 작은 행복들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숨을 쉬고, 동료들과 얘기꽃을 피우며 밥을 먹고, 사람들이 북적대는 시장과 축제장에도 가고 싶다. 가족들과 동전노래방에서 노래도 부르고.

    허철호(사회2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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