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오후- 남호섭
- 기사입력 : 2020-01-16 08: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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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인데
앞집 할아버지 화났다.
아들이 주고 간 용돈
그새 어디 둔지 몰라 찾고 있는
할머니한테도 화나고
또 까먹고 간
손자 장난감에도 화나고
고속도로 꽉 막혔다는
뉴스에도 화나고
세배 마치자마자
텅 빈 집안,
할아버지 마음에 드는 건
하나도 없다.
☞ 세배 마치자마자 가족들 떠나버린 텅 빈 집안은 아마도 할아버지 마음일 것이다. 허전한 마음에 괜히 다른 것들에 화를 내는 할아버지. 아들과 손자를 보낼 때는 ‘어서 가라, 길 막힌다. 니들이 가야 내가 편하다’ 하지 않으셨을까. 이 시는 설날 오후, 우리네 부모님의 마음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어 그 모습이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는다.
이제 곧 설날이다. 설 연휴, 가족의 애틋한 정이 오래 남을 수 있도록 한 번 더 손잡고 사랑의 말, 격려의 말을 건네면 어떨까. 또 명절에도 혼자 지내야 하는 독거노인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소식이 안타깝게 들려온다. 그들 또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니 먼저 손을 내밀어 따스한 온기를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장진화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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