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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보았노라/ 웃었소/ 울어버렸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1-15 20: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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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연말, 12월 23일부터 30일까지 종편 TV방송에서 약 100분짜리 세 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23일은 2020년 예산안, 27일은 선거법, 30일은 공수처법을 통과시키는 ‘패스트트랙’이라는 다큐멘터리 작품이었다. 장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동양 최대 건물이며, 민의(民意)를 단일화하여, 통일의 염원을 상징하는, 돔(dome)형의 웅장한 지붕과 400석이 넘는 회의장을 갖춘 ‘민의의 전당’이라고 일컫는 국회 본회의장이었다. 장장 6개월 넘게 서로 밀고 당기는 온갖 시련을 겪은 일명 ‘패스트트랙’이라고 하는, 정당끼리 가장 첨예한 법안을 상정 처리하는 역사적인 다큐멘터리였다.

    국회의원은 민의를 수렴하고 나라 곳곳의 어려움에 대하여 국사를 의논하고 토론을 하여, 성숙된 결론을 얻어 국민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그들의 존재 이유일진대 요즘은 아무리 정당 정치를 한다고 해도 너무 당리당략에 치우친 것 같다. 의장의 말 한마디에 쏜살같이 컴퓨터로 찬반에 클릭을 하고, 뛰다시피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우습기만 하였다.

    모든 인간에게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크리스마스에도, 한 해를 보내는 세모의 자정에도 필리버스터의 입 대결은 결국은 승패 없이 끝났다. 청중 없는 연설을 무려 6시간가량 한 강건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몇십 명의 의원들이 여러 가지 생리적 현상을 극복하며,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생각하며 저렇게 열성을 다하여 연설을 할까? 하는 의구심도 가지게 하였다. 시골 장터 같은 난장판에 얼굴에 핏대를 올리며 몸들을 헌신짝처럼 던져 다쳐 들것에 실려 나가는 의원도 보았고, 상식에 어긋난 상소리도 귀아프게 들었고, 오랜 시간이 지겨워 책상에 엎드려 휴식과 명상을 취하고 있는 의원들을 보면서 만감이 오갔다.

    인간에게는 눈물을 흘리게 하는 감정이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슬퍼서 울고, 기뻐서 울고, 그보다 더한 것은 울분을 참지 못해 격하게 우는 분노의 눈물도 있다고 한다. 갓난애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울고, 너무 억울하거나 어이가 없을 때는 목 놓아 대성통곡을 하는 경우도 간혹 본다. 지난 국회의 패스트트랙 상정의 단상을 보고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쳐 남몰래 속눈물을 훔쳤고, 우리의 고귀한 권리로 뽑은 의원을 보고 분노의 눈물을 흘린 국민들도 많았을 것이다. 새해에는 제발 좀 다르겠지 기대를 했지만, 해가 바뀌어도 정치인이나 위정자들은 크게 변함이 없어 보여, 국민들은 분노의 눈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얼마 남지 않은 4월 15일 총선에는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권리 행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난생처음으로 투표하는 때 묻지 않은 청순한 고3, 45만 학생 유권자들에게 큰 기대를 걸어보고 있지만, 때 묻은 기성 정치인들이 난데없이 던져주는 후한 당근들 때문에 과연 어떻게 될지 의문스러워진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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