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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한국당 영남 중진 용퇴론, 다 이유가 있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19-11-25 20: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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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때면 영남은 ‘동네북’이다. 내년 총선을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적 쇄신, 속칭 ‘물갈이’ 진원지다. 그동안 호기롭게 영남을 ‘텃밭’으로 불렀던 자유한국당 얘기다. 한때 ‘공천=당선’이 통용될 정도로 기세등등했던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16대 총선에선 경남 16석 전부를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이 차지할 정도였다. 당시 심심찮게 나왔던 하소연이다. 후보들은 “인물은 참 좋은데 정당이 좀(마음에 안 든다)….”이라든가 “(한나라당) 공천만 받아오면 찍어줄게”라는 말을 심심찮게 들었다고 한다.

    다른 지역에서 볼 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토양’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쉽게 당선돼 오래 자리 보전하니 선거 때면 질시가 터져 나온다. 영입할 땐 ‘새 피’라며 수혈했는데 가치존중 기한은 그리 길지 못하다.

    당사자는 항변한다. 당내 예선이 더 치열하다는 반박이다. 진보진영 상승세로 예전처럼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틀린 말도 아니다. 영남권이라고 사정이 다 같지도 않다. 대구·경북이야 아직도 보수 철옹성이라지만 경남·부산은 확연히 정치토양이 변했다.

    총선 때면 물갈이율을 마치 개혁 척도인 것처럼 여기는 정치 풍토다. 실상은 새 얼굴을 기용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을 은근슬쩍 누그러뜨리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새 인물도 정치권에 들어오면 헌 인물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갈이’든 ‘물고기갈이’든 바꿔봐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런데도 물갈이율이 높은 정당이 승리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현역 의원 절반 가까이 교체한 새누리당(47.1%) 이 민주통합당(37.1%)을 이겼다. 2016년 20대 총선은 반대로 현역 33.3%를 바꾼 민주당이 23.8%에 그친 당시 새누리당에 압승했다. 이처럼 물갈이 역사는 반복했지만, 정치권은 늘 욕먹는 집단을 벗어나지 못한다.

    영남권 중진 용퇴론도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역할에 충실하면 누가 시비 걸겠나. 정치적 존재감 없어도 선거 임박해 지역구에 넙죽 엎드리면 꾸준히 선수(選數)를 쌓을 수 있으니 하는 말이다. 용퇴론이 빗발쳐도 버티면 그만이다. 경남에선 재선 김성찬(창원 진해구) 의원이 유일하게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주변에선 “더 할 수 있을 텐데”라며 오히려 의아해한다.

    굳이 중진만 탓할 것도 아니다. 초선도 예외는 아니다. 될성부른 떡잎이 아닌 듯싶으면 일찌감치 싹을 잘라야 한다. 지난 정권 후광에 편승해 배지를 달고는 새로운 당 지도부 꽁무니만 쫓으며 공천을 자신하는 구태도 없지 않다.

    영남을 대하는 중앙당의 인식도 대조적이다. 지난 20일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찾아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사천·남해·하동 출마를 선언한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참석했다. 현장 최고위원회의 명분이지만 사실상 취약지로 분류한 서부 경남 공략의 본격 신호탄이다. 회의에 이어 통영시청을 방문, 제주 차귀도 선박 화재 사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했다. 같은 날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장외집회, 삭발에 이어 “죽음을 각오한다”며 극한 수단을 택했다.

    대의(大義)와 소의(小義) 논란 여지는 있으나 판단은 유권자 몫이다. 민심은 변덕스럽다.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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