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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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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격(格)- 이준희(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10-28 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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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격(格)’의 사전적 의미는 ‘주위 환경이나 형편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수나 품위’라는 뜻을 담고 있다. 흔히 우리들은 사람의 행동이나 태도가 주위와 어울리지 않을 때 “격에 떨어지는 짓 하고 있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격’은 비단 사람뿐 아니라 건축, 음식, 작품 등 여러 사물에 빗대어 표현되기도 한다.

    최근 경남도립미술관과 경남미술협회가 내년도 경남미술대전 대관을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논쟁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격(格)’의 차이다. 경남도립미술관 측 입장은 공립미술관이 추구해야 할 방향성과 미술대전의 지향점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어느 국·공립미술관에서도 미술협회 공모전을 하지 않고 있으며, 작품의 수준, 서예·공예·사진협회 등 다른 장르 단체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미술관 본연의 업무인 기획·초대전, 미술작품·자료의 수집·보존에 따른 조사·연구와 전시, 교육 등을 통해 도민들에게 수준 높은 미술문화 향유 제공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반면 경남미술협회의 입장은 다르다. 올해로 42회째를 맞은 경남도립미술대전은 전국 어느 미술대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경남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신인 등용문 공모전으로서 신인작가들의 창작열과 경남 미술문화 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모전을 통해 배출된 750여명의 추천·초대작가들은 국내외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며 경남미술의 위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남미술대전은 지역미술의 큰잔치로 10개 부문에 1800여점이 출품되고 있으며, 다른 작품전과 달리 100호 이하의 대작들이 전시돼 도민들에게 미술문화에 대한 정서확대와 미술인들의 자긍심과 위상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남도립미술관과 경남미협의 갈등은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2004년 경남도립미술관 개관 당시 에도 미술관(관장 최승훈)과 미협(회장 최명환)은 지금과 똑같은 사안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결국 대화합 차원에서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여론과 새 도지사 취임에 맞춰 개최되는 도립미술관 개관행사를 미술계와 더불어 도민이 화합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따라 15년째 이 행사를 이어 오고 있다.

    모두의 말이 옳다. 미술관이 미술관 본연의 업무를 벗어나면 미술관이라 불릴 수 없다. 또한 지역미술인들의 축제인 경남미술대전 역시 소흘히 할 수 없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다. 특히 100호 이하의 대작들이 출품되는 경남미술대전의 경우 도내 어느 전시장을 둘러봐도 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도 안타깝다. 현실과 추구해야 할 방향성의 괴리감이 이들의 갈등을 재현한 셈이다.

    2004년 6월 경남도는 도민들의 문화수요 충족과 미술 창작활동 기여, 나아가 경남의 문화예술 진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경남도립미술관을 개관했다. ‘격’이 있는 기획전도 좋고, 도내 미술인들의 축제인 미술대전도 좋다. 도민들 역시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경남도립미술관이 지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서로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준희(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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